도서 [예술은 죽었다]
돈 많은 사람만이 예술품을 살 수 있는 현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해설가의 설명이 필요한 상황, 개인의 취향보다 대중성이 우선되는 시장, 예술품 구매는 부유층만의 일이라는 편견, 좋아요 수와 유명인의 선택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시대, 그리고 AI 창작물이 대세로 떠오르는 지금.
과연 예술은 살아 있을까?
저자는 현대의 예술이 자본주의와 목표지향적 사고에 휘둘리며 우리의 삶과 분리되었다고 진단한다. 미술관은 예술을 동시대성에서 떼어놓는 무덤이 되었고, 디지털 시대의 NFT는 예술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그러나 예술은 본래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행위라며, 예술이 다시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예술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하고 자본주의와 기술이 예술을 어떻게 공허하게 만들었는지 분석한다. 라스코 동굴 벽화나 셰익스피어의 대중 공연,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은 대중의 삶과 밀착되어 있었지만, 현대 예술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은 여전히 창작자의 감각과 관객의 체험에 있다.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철학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안토니 곰리,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웨이웨이, 알리기에로 보에티, 트레이시 에민, 러끄릿 띠라와닛 등 현대 작가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예술이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제시한다. 예술이 개인적 창작을 넘어 사회적 연결과 치유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예술을 바라보는 편견이 있다. 정한 지식이나 논리를 이해해야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삶과 분리되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본디 삶이었다. 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저자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안토니 곰리,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몸과 감각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와 AI 같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예술의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책은 예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시작하지만, 오늘날의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술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곧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예술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예술이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성찰하며 너무나도 다른 우리가 예술을 통해 삶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술은 때때로 어렵게 느껴지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누군가의 해설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유행이 생기며 다양성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도 들고, 잘 팔리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예술의 현주소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예술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유익하다. 소비자에게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의 기준을, 생산자에게는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길잡이를 제시한다. 하나의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그 특성과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른다면 과연 마음이 움직일 수 있을까?
예술은 결코 갤러리나 공연장 등 한정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포스터 한 장, SNS 타임라인의 이미지까지도 우리의 감정과 선택을 바꾸며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 조용히 작동한다. 그렇기에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는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좋아요 수와 유명인의 취향이 기준이 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외부의 해석보다 나만의 감각과 경험을 믿는 일을 다시 배워야 한다.
또한 AI가 창작물을 생산하는 시대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감정·기억·삶의 흔적 같은 인간만의 결이 예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라는 점이다. 나를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타인을 이해하는 힘은 다시 사회를 변화시킨다. 이런 강력한 매개는 바로 예술 뿐이 아닐까?
과연 예술이란 이렇게 소수의 손에 의해 정의되어야 하는 것일까? 예술은 본래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아니었나?
이 책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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