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포기할 때가 있다.
도담도담 공익프로젝트
부모도 포기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 되더라.
피해자 국선 변호사로 성범죄 사건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여자 청소년 피해자를 많이 본다. 그동안 그들을 곁에서 도우며 놀랄 일도 많았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80년대 생으로 자란 터라 더 놀라운지도 모른다. 뭔가 아직까지는 청소년과 성은 당당히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여자 청소년들이 호기심이나 용돈벌이 그밖에 다양한 이유들로 인터넷상에서 가해자들을 만나 피해를 입고 신고가 되었을 때, 그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떤 어머니는 변호사 상담을 하는 내내 우시면서 내 배로 낳은 아이가 아닌 것 같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너무 괴롭다고 하셨다.
그런 어머니들에게 그저 자식이니, 잘못을 타이르고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잘 양육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말이 얼마만큼 닿을 수가 있을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그 사이 생업을 제쳐두고 피해아이에게 필요하다면 심리상담센터까지 다니면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그렇게 애를 써서 사건이 모두 끝난 뒤 다시 일상생활을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혹자는 아이의 집에 문제가 있어서-예를 들어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거나 가정폭력 있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경우면 피해자보호센터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일들이 없음에도,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어머니가 열심히 일하시고 안락한 집이 있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왔음에도 가출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때에 말 그대로 부모는 미쳐버린다, 정말 미칠 것만 같다.
처음에는 가출신고를 하고 아이를 찾았다는 경찰의 소식에 밤이든 새벽이든 뜬눈으로 기다리다 아이들을 찾아온다. 왜 가출을 하냐며 타이르다 한 번 더 그러면 집에 못 들어올 줄 알라며 고함을 치다 결국에는 거의 울며 빌게 된다. 왜 그러냐고 뭐 때문에 그러냐고...
그럼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재미있어서, 학교 가기 싫으니까 이런 말들을 하며 부모를 더 기가 막히게 한다.
부모도 사람이다.
아이로 인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가정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피해아이 외에 다른 자녀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은 소외되고 알아서 커야 한다.
그러다 더 이상은 부모들이 가출신고도 하지 않게 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아이들이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그제야 부모를 찾으면, 어렵게 연락이 닿더라도 나는 그 아이가 없다 생각하고 사니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없고, 부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아이들은 크게 후회를 하고, 용서를 빌고 싶어 한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서 부모와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바라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사이 부모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삶이 망가지고, 매일 밤 혹시나 아이의 사고 소식을 듣지는 않을까 눈물로 지새운 날들 때문에 마음의 병이 깊어져 약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차마 포기한 부모를 탓할 수가 없다.
부모도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