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6 뉴욕에서는 모든 게 자유로울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자유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았다는 거다. 뉴욕 땅을 딛는 것 자체가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았고, 자유의 영역으로 부지런히 넘어가야 했다. 내 안에서 어떤 개혁 같은 게 일어나야 하는데, 마음을 먹는 건 한순간이지만 내 안의 토양을 솎아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그리고 베를린에서(Unorthodox)’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인, 특히 여성을 속박하는 하시디즘(Hasidic Judaism) 커뮤니티에서 도망쳐 우여곡절 끝에 베를린에 도착했지만 자유는 더디게 온다. 탈피하고자 하는 것과 함께 머문 시간이 너무 길고, 그 관성 역시 생각보다 꽤 세기 때문이다. 자유로울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도 몸뚱이 하나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 같은 것, 그 자체가 주는 충격도 작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원 첫 학기에는 예상치 못한 진통이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어떤 기준이나 답을 찾는 데 익숙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고 자주 부끄러웠다. 삶을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나를 길러준 가치와 언젠가 다시 화해하게 되더라도 지금은 떨어져 나와야 했다. 특히나 창작이라는 분야에 정답이 없다는 것, 정답을 구하는 일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며, 나에게 주어진 이 자유를 만끽하는 게 가장 감동적인 일일 거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되뇌었다.
나를 길러냈으며 나를 굳히려고 하는 기성의 가치로부터 멀어지는 건 중요했다. 다만 한국이어서 부자유했고 자유롭다는 뉴욕으로 갔어서 행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자랐든 그곳에서 멀어지는 환기를 하는 건 누구에게도 좋은 일인 것 같다. 서울에 사는 누군가에게는 남해바다의 어떤 외딴섬에서 혼자 지내보는 것도 일종의 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결국 자유에 대한 의지는 안에서 피어나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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