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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원 Sep 10. 2023

내가 나쁘니, 네가 강인하길 바라




  형제지간이다 보니 싸우기도 하고, 힘으로 누르려고 했던 적도 많다. 그럼에도 동생을 좋아했다. 내가 작고 힘이 없으니, 나보다 더 작고 힘이 없는 동생에게 애착이 갔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형은 무뚝뚝하고 나는 예민하니 막내 노릇한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우울증을 처음 겪던 열일곱에도, 속으로는 동생을 신경 썼다. 가족들과 따로 살고, 우울증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늘 동생에게 미안해했다. 원래도 감정 표현에 서툴렀으니, 속앓이를 많이 하겠구나 싶어서. 워낙 잘못이 많은 나는, 나보다 어린 네가 나 때문에 잘못되는 건 아닐까 싶어졌다.



  형제지간이다 보니 동생은 자기 얘길 꺼내지 않는다. 그 속이 궁금해지다 두려워졌다. 혼자 앓는 건 아닐까, 그러다 평생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내가 그랬기에 그런 걱정을 하고, 집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해주지 못해 그런 걱정을 한다. 그래, 집에서 누구 하나 믿고 얘기할 수 있겠니. 너보다 나이가 많다고 의지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니. 그게 누구든 속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네 곁에 있으면 좋겠다. 가족들에게 받은 상처에서 해방된듯한 동생을 보면 불안해진다. 그 해방이 해결과 상통하지 않기에 그렇다. 언젠가 어떤 형태로 동생의 삶을 괴롭게 할까 두렵다.


  형제지간이다 보니 동생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동생을 미워했다. 내가 곧은 마음을 가지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받은 건 기억에서 지우고 동생에게 해준 것만 기억했다. 너를 온전히 보살피는 것. 챙김을 받는 네가 아닌, 보살핌을 주기만 하려는 내가 ‘절대 갑’이었다. 무능하고 무력한 나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 나는 꾸준히 내 노력을 강조해야 했다. 대신 맞은 매, 새벽에 깨서도 배를 쓸어준 손, 읽어준 동화책. 그것들은 내 무기였고, 나는 동생에게 그 무기를 상기시켰다. 나는 나보다 작은 동생에게 애착이 간 것이 아니라, 나보다 작은 동생을 아래에 두어 대단한 사람인 척하려고 했다. 그런 동생이 내게 잘못을 저질렀다 느꼈을 때, 나는 무기를 떠올렸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대했는데. 그 생각을 마치면 동생의 모든 행동이 괘씸해졌다. ‘동생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동생을 미워했다’는 말은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동생을 미워하기 위해 동생에게 미안해했다’는 문장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말로 문장을 흐린다.



  형제지간이다 보니, 그렇다. 무릇 형제는 서로 간 무뚝뚝하고, 상처도 주고, 그 상처도 잊고, 어느 정도 남 같아야지. 마냥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나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형한테 맞고 자란 것이 당연하다는 듯, 내 행동을 당연하게 여겨줬으면 한다. 형이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 편이 네가 덜 괴로울 것 같아 그래. 내가 준 상처가 언젠가 어떤 형태로 동생의 삶을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슬플 것 같아 그래. 여전히 이기적이어서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행복한 삶은 없다고 믿는다. 어떻게든 영향을 주고받는 세상이기에, 긴 잠복기가 지난 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너는 선척적으로 강인한 사람이기를. 상처를 준 나의 과도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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