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이어폰에서 계피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동네를 한바퀴 더 돌았다.
맑고 청명한 하늘에 어울리는, 투명한 마음만을 주겠다고 새끼손가락 꼭 걸며 약속하는 듯한 목소리.
이렇게 맑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도 남몰래 훔친 눈물과 이름 붙일 수 없는 수많은 그리움이 있었겠지. 어쩌면 그것들에 음표라는 발을 달아 어렵게 떠나보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날엔 씩씩하게, 또 어떤 날엔 쓸쓸하게 떠나가는 마음을 배웅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으로 위로받고 자라났구나. 아득히 행복하고 감사하다.
*계피: 인디 팝 밴드 ’가을방학‘의 보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