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어느 봄에는 도다리를 먹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음식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난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던 어느 봄날, 가족과 함께 먹은 봄도다리는 봄감자가 맛있다는 점순이의 말에 반박하고 싶을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봄감자보다는 봄도다리인 것 같다. 광어랑 비슷하게 생긴 것이 어찌나 쫄깃하고 맛이 좋은지 초장에도, 쌈장에도, 또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섞은 양념장에도 착 붙는다. 남은 회에 야채와 초장,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을 넣어 회덮밥을 한 술 뜨니,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입맛이 집을 나간 적은 아직 없지만. 어쨌든 계절이 다정한 약속처럼 제철 음식을 데려올 때면 새삼 행복해진다.
고작 먹을 걸로 이렇게 구구절절 글까지 쓰나 싶지만, 나는 쓰는 것만큼이나 먹는 걸 좋아하고 게다가 잘 먹는다. 실연을 겪으며 시간과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는 중에도, 지겨운 더위를 힘겹게 견디는 중에도 끼니를 거른 적은 손에 꼽는다. 물론 밥은 꼭 먹으라며 또랑또랑한 알람 같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의 몫도 크다.
나는 밥 먹었냐는 뻔한 인사말이 좋다. 그 말을 들으면 아무 맛없던 싱거운 하루에도 간이 배는 것 같다. 힘든 시기를 겪는 이와 그 말을 주고받을 때는 꼭 함께 살아가자는 다정한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나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예쁜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먹는다. 이는 나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이기도 하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든, 한 끼를 맛있고 단정하게 차려 먹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해주는 위로 같다.
먹는다는 건 때로는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의 행위다. 뜨거운 밥 한 숟갈에 마음이 데워지고, 탱글한 회 한 점에 웃음이 돌 수 있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사랑의 최소 단위는 손가락이며, 일상의 최소 단위는 숟가락이다. 한 숟갈 한 숟갈 떠 넣으며 살아갈 힘을 얻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고단했던 하루를 달랜다. 그리고 그렇게 데워진 마음으로 다정함을 적는다. 일상의 온기를 떠넣는 숟가락과 사랑을 적는 손가락.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글을 쓸 때면, 이 두 개만 있어도 든든히 살아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사랑의 최소 단위는 손가락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