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by 소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피곤한 일상에 카페인을 수혈하는 사람과 커피 자체를 즐기는 사람. 나는 후자에 속한다. 원두를 그라인딩해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신 지 어느덧 3년 정도 됐다. 분쇄되는 순간부터 기분 좋게 퍼지는 향을 맡으면 어지러운 일상이 곧게 정돈되는 듯하다. 그라인더의 소음, 주전자가 부글거리며 내뱉는 하얀 김, 뭉근하게 스며드는 원두향과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는 내 모습은 마음에 드는 하루의 풍경 중 하나이다.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이 라떼를 마실 때 한 모금씩 뺏어 먹곤 한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나 음료는 내게 조금 부담스럽다. 첫 모금은 좋지만, 시켜놓고 나서 반도 못 마시고 남기기 일쑤라 어느 순간부터 멀리하게 됐다. 커피도 향수처럼 노트가 있는데, 이는 시간의 흐름 속 향의 변화를 나타내거나 맛의 디테일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다. 나는 주로 드립 커피를 아이스로 마시며 밝고 프루티한 노트가 아니면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들은 대체로 나와 거리가 있는 편이다. 크림이 잔뜩 올라간 음료가 주인공인 메뉴판과 잠시 눈싸움을 하다 결국 블랙커피를 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문득 취향이라는 게 계절처럼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단히 맺힌 습관인지 궁금해진다. 때로는 좋아했던 것들에 권태를 느끼기도 하고, 이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에 흥미가 생기기도 하니까. 정답은 없겠지만 취향은 나를 이루는 조각 같다. 모양에 맞춰 딱 떨어지는 퍼즐 같은 게 아니라 내 삶의 흐름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조각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내 기억이나 감정과 얽혀 나라는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취향과 취미는 서로 맞닿아 있다. 취향이 마음속 감도라면 취미는 그 감도를 따라가는 발걸음 같이 느껴진다. 처음엔 커피를 취미라고 하기 부끄러웠다. 남들보다 훨씬 깊이 알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떳떳한 취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이유 없이 마음이 기운다면 자신 있게 취미나 취향이라 말해도 된다.


머지않아 우유가 가득 들어간 부드러운 라떼를 찾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들이 언제까지나 설레고 예측하기 어려웠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를 표현하는 일이 제일 어렵지만, 언젠가 근사한 질감의 문장들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어쩌면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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