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Redbull in football

축구계에 뜬금없이 뛰어든 음료회사

by 김산

필자는 최근 영화 <F1 더 무비>를 보고 F1이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재 최고의 F1 드라이버인 막스 베르스타펜 선수를 가장 먼저 알게 되었고 베르스타펜의 소속팀이 레드불 레이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는 베르스타펜과 레드불의 팬이 되었다.)

레드불. 축구계에도 이 기업의 이름과 로고를 많이 본 기억이 있다. 필자 주변에 레드불 산하 구단 라이프치히의 팬인 친구도 있어서 레드불이 축구 산업에 뛰어든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레드불' 은 오늘날 축구계에서 꽤 영향력 있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단순한 스폰서십을 넘어 직접 구단을 소유하고,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오늘은 음료 회사에서 시작해 축구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레드불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레드불의 시작

레드불의 이야기는 198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의 마케팅 전문가였던 디트리히 마테시츠가 태국 출장에서 '크라팅 다엥'이라는 자양강장제를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 음료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개발자와 손을 잡아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1987년, 유럽인의 입맛에 맞게 탄산을 첨가한 '에너지드링크 레드불'이 오스트리아에 첫선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알리는 일이었다.

레드불의 마케팅 방식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막대한 비용의 TV 광고 대신, 에너지가 필요한 대학생들을 공략해 시험 기간에 무료로 샘플을 나눠주거나 클럽 파티를 후원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접근법은 레드불이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 익스트림 스포츠로 진출

레드불은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기업 슬로건을 단순히 광고 문구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슬로건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무대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했다. 전통적인 스포츠가 아닌, 주류에서 벗어난 스케이트보딩, 스노보딩, 산악자전거 등의 선수들을 후원하며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레드불 마케팅의 핵심은 '소유'에 있었다. 다른 기업들처럼 단순히 대회에 로고를 노출하는 수동적인 스폰서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신, 레드불 플루그타그'처럼 직접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창조하고 개최했다. 직접 만든 인력 비행기로 멀리 날아가다 물에 빠지는 이 대회는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레드불이 단순한 음료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전략은 모터스포츠에서 정점을 찍었다. 2004년 말, 재규어 레이싱팀을 인수하여 '레드불 레이싱'이라는 F1 팀을 창단한 것이다. 이는 레드불이 단순 후원사를 넘어, 스포츠 팀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며 자신들의 기술력과 도전 정신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재 레드불 F1 팀은 막스 베르스타펜이라는 불세출의 드라이버와 함께 세계최고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성공 모델은 훗날 그들이 축구계에 진출하는 방식의 완벽한 청사진이 되었다. 이처럼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모터스포츠라는 무대를 통해 '도전', '에너지', '혁신'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성공적으로 확립했다.

• 이제는 축구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도전'과 '에너지'의 이미지를 확립한 레드불은 다음 목표로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축구로 향했다. 2005년, 레드불 기업 본사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SV 잘츠부르크'를 인수하며 축구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레드불은 인수와 동시에 팀의 이름, 엠블럼, 유니폼 색깔까지 모두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춰 변경했다. 팀 이름은 'FC 레드불 잘츠부르크'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 축구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부 팬들은 구단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SV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라는 새로운 팀을 창단해 하부리그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레드불은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붙였다. 오스트리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대륙으로 구단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리그의 '뉴욕 메트로스타스'를 인수해 '뉴욕 레드불스'를 창단했다. 2009년에는 레드불 축구 구단의 대표격으로 독자분들께 잘 알려져 있는 'RB 라이프치히'가 독일에서 창단되었다. 독일의 '50+1(구단의 회원과 팬들이 구단 지분의 과반을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 정책으로 인해 5부 리그의 작은 클럽 'SSV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하여 하부리그에서부터 직접 팀을 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RB 라이프치히는 5부리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결정은 '자본으로 역사를 사려는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라이프치히는 7년 만에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로 승격하고 곧바로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따내는 성과를 보이며 증명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이어 축구 인재가 풍부한 남미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브라질에서 몇 차례 시도 끝에 2019년, 'CA 브라간치누'와 파트너십을 맺고 '레드불 브라간치누'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유럽-북미-남미를 잇는 레드불만의 글로벌 축구 네트워크가 완성되었다.

이외에 일본 J리그의 'RB 오미야 아르디자'라는 구단도 레드불 소유다.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와 리그1 파리FC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고 25년 1월,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 레드불의 운영 기조와 핵심 인물들

레드불 산하의 모든 축구단은 하나의 명확한 운영 기조를 공유한다. 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착시킨 핵심 인물은 바로 랄프 랑닉이다. 그는 레드불 풋볼의 주요 보드진으로 일하며 레드불 축구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레드불 산하 구단들의 운영기조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젊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레드불은 막대한 자금으로 이미 완성된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대신, 전 세계의 파견한 스카우팅 네트워크를 통해 16~22세의 재능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꾸준한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포텐을 터뜨린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위성 구단인 FC 리퍼링을 오스트리아 2부 리그에서 운영하며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조기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일관된 축구 스타일을 추구한다. 랄프 랑닉이 이식한 레드불의 축구 철학은 명확하다. 공을 잃는 즉시 여러 선수가 달려들어 공을 되찾아오는 '게겐프레싱'과 빠른 공수 전환을 핵심 전술로 삼는다. 이러한 압박 축구 철학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에서 대중화시킨 스타일과 유사하며, 높은 활동량과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 구단 간의 유기적인 선수 이동 시스템을 활용한다. 레드불 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브라질이나 미국에서 발굴된 유망주는 유럽 무대 적응을 위해 잘츠부르크로 보내져 기량을 끌어올린다. 여기서 검증을 마친 최고의 선수들은 최종적으로 빅리그의 경쟁력을 갖춘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며 성장 단계를 밟는다. 엘링 홀란, 사디오 마네, 도미닉 소보슬러이 등 수많은 스타들이 바로 이 시스템을 통해 배출되었다.

이러한 철학은 선수뿐 아니라 감독 선임에도 적용되었다. RB 라이프치히는 2019년, 당시 31세에 불과했던 율리안 나겔스만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나겔스만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현대적인 전술과 유연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2019-20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유망한 재능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레드불의 기조가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다.

• 축구 시장을 이용한 마케팅

레드불의 축구 사업은 그 자체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5부 리그 팀이 1부 리그 강팀으로 성장하는 라이프치히의 이야기, 무명의 유망주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잘츠부르크의 사례 등은 팬들에게 기업과 축구단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안겨주었고 구단의 성장과 동시에 레드불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팬들은 레드불 산하 구단들을 팔로우하며 자연스럽게 레드불 브랜드의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인다. 이는 '음료를 팔기 위해 축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비록 전통을 중시하는 시각에서는 비판도 받지만, 체계적인 시스템과 확고한 철학으로 축구계에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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