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2019.06.19)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네가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들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네게 진짜 알갱이가 되는 것을 묻는 일이 없다. 어른들은 네게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지? 그 애는 나비를 수집하고 있니?’라고 묻는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들은 ‘그 애가 몇 살이지? 형제는 몇이냐?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은 그 애를 안다고 믿는다. 만일 네가 어른들에게 ‘난 지붕 위에 비둘기들이 놀고 창틀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는 붉은 벽돌의 예쁜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을 머릿속에 그려 보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난,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는 편이 좋다. 그제서야 그들은 ‘야, 근사한 집이구나‘라고 외친다.
대부분이 읽지 않으셨을까 생각되는 <어린 왕자>의 한 구절입니다. 사실 경영지원 일을 하면서 숫자만큼 진실을 왜곡시키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우리는 이 숫자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조직문화 점수 90점짜리 조직이 60점짜리 조직보다 1.5배 조직문화가 좋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 자주 우리는 이런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숫자의 권위에 휘둘려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일은 대부분 만족도 조사결과 점수로 귀결될 때가 있고, 조직의 평가나 개인의 평가 또한 S, A, B, C, D 5등급으로 표현되며, 이것 또한 S는 100점, B는 80점이라는 숫자로 치환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숫자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습니다. 우리는 위의 <어린 왕자> 소설에 비유하자면 어른들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하는 고객, 즉 우리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숫자로 많은 것을 파악하고 싶어 합니다. 정량화, 통계, 확률, 지수로 많은 것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정보를 진중하게 읽고 깊이 사고할 시간이 없는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숫자 속에 숨어있는 ‘진실’과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고 제대로 설득시켜야만 합니다.
어쩌면 정말 어려운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 사귄 친구들의 목소리도,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도, 취미나 좋아하는 것도 알아야 하면서 동시에 나이도, 가족관계도 심지어 아버지의 직업과 연봉도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하는 경영지원 일, 기업문화 일이 그만큼 난이도가 있지만 그만큼 재미난 일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랜만에 메일을 쓰니 매우 힘드네요. 몇몇 분들은 스팸 메일을 더 이상 안 받을 수 있겠다고 내심 기대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올 한 해는 어떻게든 매주 메일을 드리려고 하니 6개월만 더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한 시간 되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