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베트남 락다운, 카페를 닫아야할까요?
어린이책 작가가 베트남에서 카페 운영하기
베트남 호치민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길을 걷고 있으면 우울함은 무색하게 사라지곤 한다. 밤 잠 설치며 고민했던 일들도, 집 앞 마트라도 터덜터덜 걷다 보면 쨍쨍한 햇살이 '뭐가 그리 걱정이냐'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듯하다.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딨어?'라며 툴툴 털고 현재의 감사함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 에너지가 생겨난다.
나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10년째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에 부모형제를 두고 남편 직장 따라 아이들 데리고 낯선 나라로 가서 사는 것이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이제는 베트남이 더 익숙하고 한국이 낯설다.
베트남에 와서 어린이책 쓰는 일을 짬짬이 이어서 해왔는데 카페에서 원고를 쓰던 습관이 있었던지라 한국에서 가던 조용한 카페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작은 카페를 하나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가 산으로 간 건지, 뒤늦게 나와 찰떡인 일을 찾은 건지 나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너무나 재밌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보다 카페를 운영하는 일에 더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커피를 내리는 것도 배우고, 베이킹도 배우고, 레스토랑 운영에 관한 전문 서적들도 찾아보고, 주스에 관련된 책들도 찾아보고 4년 동안 열심히 노하우를 쌓아갔다.
한국에 두고운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카페에서 만나는 손님과 친구들로 대신할 수 있어서 늘 있었던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었다. 방송작가로 시작해서 어린이책 작가로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홀로 글을 쓰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신났던 모양이다.
그렇게 카페는 자리를 잡아가고 커피도 디저트도 분위기도, 내 맘에도 들었고 다행히 손님들도 좋아해 주셨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는 배송할 수 있는 메뉴들을 개발해서 나름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베트남 4차 유행으로 락다운이 길어지면서 매달 쌓여가는 적자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게다가 내년 봄 까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카페를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6층 건물을 채웠던 그 수많은 집기들을 어찌한단 말인가? 베트남 F&B 시장은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중고로 내놓아도 아마 팔리지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용기가 필요했다. 아깝다고 쥐고 있지 않을 용기, 그동안 정이 많이 든 물건들을 두고 나와야 한다는 용기, 세 달 치 데파짓을 포기해야 한다는 용기, 나를 믿고 따랐던 직원들에게 이제는 카페를 접어야 하니 다른 일자리를 찾길 바란다는 말을 해야 할 용기, 코로나19로 인한 것이지만 어쨌든 나는 내 일 하나를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 이런 용기를 내야 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마냥 뭉개고만 있고 싶었다.
하지만 매달 청구되는 월세와 세금들은 뭉개고 앉아 있는 나를 달달 볶아댔다.
문득 옛날 장군들은 얼마나 용감했기에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장군들도 두려웠으리라. 가족들의 얼굴을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 가족을 돌 볼 사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 전쟁에 목숨을 걸어도 전쟁에 패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로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졌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칼을 차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가족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서둘러 전쟁터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 같은 소심한 겁쟁이는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가만히 상상해 보자.
선택이었겠구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적군에게 나라를 잃고 가족이 노예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것인가? 아니면 작은 힘이라도 나가서 목숨을 걸고 싸워볼 것인가? 선택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용기인 모양이다.
그러려면 첫 째, 현실을 냉장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가 가장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장 이루 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둘째,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100퍼센트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욕심이 생기면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망설임 때문에 아무것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적군의 날아오는 칼날을 앉아서 맞게 될 것이다. 셋째, 행동해야 한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도 구하고 일도 진행시키다 보면 의외로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수도 있고 현재 상황에 대해 더 현명한 일처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럼,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매달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매장 중심의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카페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6층이나 되는 건물은 너무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접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코로나전에는 그래도 잘 운영되어왔고, 배송을 위한 마카롱, 도넛, 케이크가 반응이 좋았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이미지가 그대로 놓아버리기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규모를 아주 많이 축소해야겠다.
내가 카페를 하는 목표는 무엇이었나?
처음 카페를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좀 다를 것 같다.
이제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더 즐겁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내놓았을 때 반응이 좋으면 그것이 더 기쁜 것 같다.
이제 행동할 때다. 큰 칼 옆구리에 차고, 용감하게~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던가, 새로운 도전을 하던가.
아..우선 책으로 수혈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