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달을 보고 깜짝 놀란 이유
제니의 베트남 라이프
사극에 나오는 달은 참 소박하고 정겹다. 주인공들이 그 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그리운 사람도 그리워한다.
남편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베트남에 와서 산 지도 벌써 십 년. 다행히 어린이책을 쓰는 프리랜서라서 전화나 메일로 일을 이어서 할 수 있어서 내 직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지인들이 그리립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부랴부랴 동네 병원에를 데리고 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푸미흥이라는 곳이라서 한국인이 하는 작은 병원들도 있었다.
병원에 갔다 나오니 어느덧 해가 예쁜 노을을 만들며 지고 있었다. 하늘에 펼쳐진 오렌지 빛깔이 너무 아름다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베트남, 특히 호치민의 하늘은 이렇게 종종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깔로 노을이 지고는 한다.
낮동안 뜨거웠던 정열적인 태양이 떠나가면서도 그리 온 힘을 다해 하늘을 물들여 주었다.
나온 김에 빵도 사고, 문방구도 들리고 했더니 어느덧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들 올려다본 하늘에는 한국에서 보다 훨씬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다소 예민한 나는 '헉'하고 작은 소리를 냈을 만큼 베트남의 보름달은 정말 크게 보였다.
아무래도 적도와 가까워서 그럴테지. 하지만 지구본으로 본다면 정말 가까운 베트남과 한국인데 이렇게 체감하는 달의 크기가 다르다니. 어쩐지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래도 달님만큼은 한국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유년시절부터 자동차를 타고 갈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와 주던 그 달님이 아닌 것만 같아 무척 서운했다.
나는 베트남을 참 좋아한다. 베트남에 처음 온 사람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기도 하고, 순박하게 웃으며 뭐든 '콤싸우(괜찮아)'라고 말하는 현지인들에게 속 터져하기도 한다. 한국사람들의 성격이 다양하듯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도 다양하다. 고집이 센 사람들도 있고, 순박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한국사람들과 닮은 점이 참 많다. 성실하고 교육열도 강하고 외세와 싸워 온 강한 정신력과 자존심도 세다.
이렇게 베트남 사람들에게 정을 들여가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좋기도 하지만 아이와 나섰던 나들이에서 만난 그 커다랐고 낯선 달님은 나에게 한국에 대한 진한 향수를 일으켰다. 긍정적인 성격이라 남편 회사를 따라오게 되어 현실에 감사하며 만족하려 노력하고 살았었는데 그 날 만큼은 호치민에는 찾아볼 수 없는 푸르른 산과 오싹하고 추운 겨울날 스키장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었던 친정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가 너무 그리워 눈물이 울컥했다.
베트남에서의 생활이 아마도 오래도록 이어질 테고 나는 언제쯤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현실에 한국인인데 한국에서 자라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달은 다 같은 달이지. 베트남 달님도 내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던 그 달이 맞아. 이렇게 더운 날씨가 일 년 내내 계속되는 베트남이지만, 과일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베트남이지만 달님만큼은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 거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 시골에서 할머니가 잘라주시던 수박을 먹으며 바라보았던 그 작고 소박했던 달님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베트남의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