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제니의 베트남 라이프

by 제니베라

나는 20년째 작가다. 방송국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다가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써왔다. 굉장한 다작을 한 작가지만 이렇다 할만한 대표작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만족스러운 책을 쓰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책을 쓰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을 더 사랑한다. 귀가 얇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다 보면 금세 작가의 말에 푹 빠져서 깊이 감동하고는 한다. '맞아,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이런 생각에 젖어있다 보면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이 더 멀게만 느껴진다.

책을 사랑하고, 가장 힘든 시간들을 책으로 위로받고 견뎌냈다. 그래서 그럴까?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속에 득실득실하다. 그게 욕심이어서 꺼내 보이기가 부끄러운 건지..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이어지는 날이 많지 않다. 그렇게 욕심만 간직한 채 의뢰받은 책들만 쓰며 자꾸만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어느덧 40대 중반. 아이들도 자꾸 커가는데...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때 어린이책 작가들의 감각이 가장 충만하다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내 마음에 와닿은 책들을 인스타에 올려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팔로워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좋은 것은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생각날 때 종종 올리고 있다. 그런데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 나는 '지금 내가 남의 책을 추천할 일인가? 내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질투를 느껴서 멈칫하고는 한다.

어찌하다보니, 베트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우며 바쁜데. 나는 왜 글 쓰는 것을 놓지도 못할까?

이렇게 오랜 세월 책 쓰는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책 읽기와 글쓰기가 나에게는 세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책을 읽어 나를 채우고, 그것을 내 삶과 버무려 잘 풀어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신 지나영 선생님과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쓰신 김혜남 선생님의 글들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살아가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지나영 교수님. 질병을 얻고 나서 자신의 의학지식을 진료대신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한 두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겠다며 글을 쓰시는 김혜남 교수님. 두 분을 생각하며 나의 삶의 가치와 삶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욕심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글도 욕심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는다.

글은 좋아서 쓰는 거다. 잘 써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좋은 글이던, 쓰레기 같은 글이던 내가 쓰지 않고서는 못 견뎌서 쓰는 거다. 그게 내 삶의 가치고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다.

욕심의 버리고 쓰자. 그냥 쓰자.

정여울 작가가 말했다. '나는 기대했던 만큼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싫을 때는 있어도 글쓰기 자체가 싫었던 때는 없었다.', '글쓰기 자체는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답고 신비한 내면의 모험으로 다가온다. 자음과 모음의 결합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따스하게도, 차갑게도, 치유하기도, 아프게하기도 한다는 것이 여전히 놀랍다.'

나는 어린이 책을 쓸 때 계약금을 받고 마감에 임박해서 쫓기듯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때는 너무 괴로웠다. 내 맘에 들지 않아도 그냥 출간을 해야 했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지도 한참이다. 이제 누구 눈치 보지 말고 나의 가치를 다해보자. 마음대로 써보자. 아름답고 신비한 내면의 모험을 해보자. 그 항해가 어디로 가든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단지 써내려가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글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자.

새롭게 페인트를 칠한 작업실에서 욕심은 내려두고 즐거운 글쓰기 시간들을 쌓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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