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정우, 감독하지 말고 배우만 하길

영화 ‘짱구’ 리뷰 후기

by 류필

영화를 보다가 몇 번이나 생각했다.

지금이 2026년이 맞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처음 마주한 ‘짱구’는, 이야기의 완성도 이전에 감수성 자체가 낯설었다. 아니, 낯설다기보다 오래됐다. 너무 오래돼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나이트에서의 ‘부킹’ 장면. 외모 기준에 따라 여성을 노골적으로 평가하고,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은 대놓고 무시당한다. 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반면 몸매를 드러낸 옷을 입거나, 예쁜 여성 극 중 정수정(민희 역)이 등장하면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이 장면은 단순한 캐릭터의 문제라기보다, 영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가깝다. 요즘 콘텐츠들이 가장 조심하는 지점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한다. 그래서 더 묘하다. 이게 의도된 ‘레트로’도 아니고, 풍자도 아니다. 그냥 그대로다.


이야기는 더 이상하다. 정수정은 처음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우(짱구 역)와 호텔에 가고, 관계가 이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친구 없다”고 말을 바꾸고, 둘은 연인이 된다.


이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엥?’ 하는 감정이 먼저 든다. 남자친구가 있어서 이어질 수 없다고. "내가 너랑 잔다고 사귀어야 하니?" 라고 말하던 정수정은 정우가 삐지자 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공백을 감정이 아니라 설정으로 메우려다 보니 생기는 어색함이다.


정수정이라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바를 운영하며 늘 술에 취해 있고, 연락이 자주 끊긴다. 술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다보니 여러 남자들과 얽힌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날파리들. 그럼에도 정우는 그를 놓지 못한다. 반복되는 무시와 방치 속에서도 연인 관계를 이어간다.


물론 ‘찌질하고 구차한 호구’ 캐릭터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는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과함’이다. 현실의 감정선이 아니라 설정의 과장으로 밀어붙이니, 공감 대신 거리감이 생긴다. 한두 번이면 끝났을 관계를 끝까지 끌고 가는 이유가 설득되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건,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정우는 정수정 캐릭터를 두고 “남자들의 워너비”라고 표현했다. 이 말이 오히려 영화보다 더 강하게 남는다.


정수정의 외모적인 매력은 분명하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하지만 극 중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워너비’라기보다, 소비되고 소모되는 캐릭터에 가깝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연인의 돈까지 가져간다. 무려 400만원. 이건 시대착오적이면서도, 동시에 기묘한 시선이다.


서브 캐릭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룸메이트 조범규(깡냉이 역)는 전형적인 클리셰다. 상경한 청년, 돈 없음, 아픈 할머니, 그리고 결국 선택하는 호스트바 일.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문제는 ‘익숙함’이 아니라 ‘새로움의 부재’다. 이 이야기가 지금 다시 꺼내질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국 영화는 끝까지 질문을 남긴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호구의 삶에 대한 기록일까,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져도 도전하라는 메시지일까, 혹은 아무 메시지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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