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마음이 남아 있었다는 증거
친구가 물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너는 무엇이 되고 싶냐고.
나는 눈을 감고 그 질문을 마음속에 오래 머물게 했다.
그 물음에는 내가 지나온 날들의 무게가
소리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나무가 된다면
지친 누군가가 한 번쯤 쉬어갈 그늘이 될 수 있을까.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마음을
기억할 수 있을까.
새가 된다면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을
하늘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짧은 날갯짓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시냇물이 된다면
말없이 흐르며
슬픔을 조용히 감싸줄 수 있을까.
돌에 부딪히며 번지는 작은 물결로
삶이 다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돌이라면
그저 거기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러도
자리를 잃지 않는 단단함을 품을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다음 생이 있다면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믿는다.
다음 생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다정할 것이라고.
그 다정함 하나가
지금의 고단함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친구의 질문은
그저 질문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생각을 깨우는 작은 불빛이었다.
나는 오늘을 버틴 나에게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는 나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대답한
나는 나무.
너는
내가 너에게 날아갈 수 있는 새가 되어줄까.
그 말 위로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꽃처럼 피어나
그 자체로 서로에게 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