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선을 긋는 일. ㅡ
⸻
조만간 몰디브 지도를 구할 생각이다.
일을 그만둘 때가 되면
그곳에 가서 여행 체류 기간 내내 머물러 볼 작정이다.
아직은 막연하다.
몰디브가 어디쯤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티브이에서 잠깐 본
푸른 바다의 인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지도를 펼치면
이 막연함은 조금씩 현실로 자리 잡을 것이다.
생각 속의 일은 늘 추상적이지만
지도를 놓고 궁리하는 순간 꿈은 거리가 된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같은 위도에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손녀를 위해 깔아 둔 이불 지도 위에서였다.
차로 다닌 땅보다 눈으로 본 지도가
더 확연이 알려 줄 때도 있다.
지도를 오래 바라본 기억은 스무 살 무렵,
신문에 삽지로 끼워 들어왔던
바캉스 지도 한 장.
나는 그 얇은 종이를 버리지 않고
책상 위에 펼쳐 두었다.
몇 달 동안 연필로 선을 그었다.
이 도시에서 이 도시로,
이 길을 따라 다음 장소로.
돈도 없고 일정도 없었지만
선은 점점 분명해졌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떠나는 느린 여행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선을 따라 실제로 길을 나섰다.
낯설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다녀온 길처럼
풍경 속에 내가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는 종이에 불과했지만
그 위에 머문 시간은
삶의 방향을 미리 연습하게 했다.
그래서 이제는 몰디브를 긋는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그러나 한 번쯤 가보게 될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