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같은 순간

by 박희정

연애 같은 순간 ㅡ


가끔 조울증 같은 기분이 찾아온다.

뜬금없이 전율이 인다.

전에 생각해 두었던 글감에 새로운 문장이 툭 떠오를 때,

‘그래, 이거 멋지군’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

신이 내린 듯한 나를 자각하게 된다.

물론 신나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나를 바꿔 놓는다.

하던 일도 덩달아 신나게 조정된다.


아, 이거였지. 그 한 줄이 그렇게 기쁘다.

혼자 미소 짓게 되고, 마치 오래 기다리던 연락이

어느 날 문득 도착한 것처럼.


행복이란 건 거창하지 않다는 걸

그럴 때 알게 된다.

멀리서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시시때때로,

아무 때나 찾아온다.


말하자면, 연애 같은 거다.

혼자 좋아지고,

혼자 기다렸다가,

혼자 기뻐하게 되는.


어쩌면,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연애를

평생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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