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늙어보지 않아서

by 박희정

아직 늙어보지 않아서. ㅡ


거리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어느새 잎이 무성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분홍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봄의 정점을 알렸는데,

이제는 초록이 나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가을이 되면 이 잎들도 하나둘 떨어질 것이다.

꽃이 지고 잎이 나고, 낙엽이 지고 다시 앙상한 가지로 버티는 것.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흐름 속에서,

나는 그 나무의 다음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여러 해를 지켜본 가로수라,

나무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쌓이면, 나무는 다시 꽃을 피우고 또 잎을 떨굴 것이다.

미래는 과거의 반복일 수 있기에,

나무의 미래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가 늙은 모습이 상상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인간은 자연의 순환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일수도 있다.

나무는 철 따라 옷을 갈아입고, 사람은 인생을 따라 시간을 입는다.

아이의 웃음 속엔 시간의 그림자가 없다.

그 맑음 속엔 주름도, 흰머리도, 지친 어깨도 그려지지 않는다.


사실 나도 나의 늙은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얼굴에 주름이 얼마나 늘어날지,

눈빛이 얼마나 흐려질지,

걸음이 얼마나 더딜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늙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겪어보지 않은 시간 앞에서

미래의 희망보다,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애견할지 모른다.

늙어본 적 없는 내가 늙은 나를 상상한다는 건

계절 안에서 흐르고 있을 시간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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