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길이.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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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길이만큼 기억의 길이도 같지는 않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몇 년을 두고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기억이 스칠 때면,
그때는 그랬지 하고 지나갈 뿐이다.
해외를 다녀와도 마찬가지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오래 이야기할 만큼
기억이 길게 머무르지 않는다.
그저 문득 떠오르는 날에만
그때의 풍경을 꺼내볼 뿐이다.
고향의 길이는 길다
죽는 때까지 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고향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더구나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가진 이라면
더더군다나 애틋할 것이다.
그리움은 더 길고, 더 깊을 수 있다.
마치 시간이 흘러도 지치지 않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그렇다.
스치듯 지나간 인연은 여행의 기억처럼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지만,
오래 이어진 인연은 고향처럼
아무 이유 없이도 생각난다.
가만히 있다가도
표정과 냄새, 어떤 바람결에도
그 사람이 떠오를 일이다.
기억의 길이가 다르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머문 시간도 달랐다는 뜻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