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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an 18. 2023

정재승 지음. 『열두 발자국』

인간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

 이 책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사서 읽게 됐다. 정재승이라는 이름이 유명세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워낙 유명한 강연자라서 TV,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책 제목이 열두 발자국인 것은 인간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첫 번째 발자국에서는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선택하는 동안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에 대한 내용이다. 마시멜로의 탑이라는 게임을 통해 실험한 결과에 대한 예를 들면서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선택을 몇 번만 잘못해도 우리는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 “나이 들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중 하나가 ‘이거 괜히 했다’라는 후회보다 ‘내가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라고 한다.” 우리 뇌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체감표지’라는 걸 이용한다. 빠른 판단을 위해 뇌가 사용하는 일종의 즐겨찾기 기능이다.     


  좋은 의사결정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바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 나이가 들수록 이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고 과장되고 지워진다. 나와 다른 의견과 미적 취향에 너그러워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결국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갖기 어려운 미덕 중 하나가 ‘겸손함과 결단력’이다. 내 의사결정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유치원생들처럼 끊임없는 실행을 통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발자국은 ‘결정장애 극복하기’다. 핵심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이다. 결정장애의 사례로 ‘햄릿 증후군’, ‘실패의 두려움’, ‘인정욕구’ 등 사례를 든다. 평소 의사결정을 할 때 권장하고 싶은 것은 ‘메멘토 모리’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발자국은 “결핍”이다. 삶에서 결핍이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특히 어린 시절 겪은 결핍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흔히 ‘사랑은 방해물을 나타났을 때 더욱 숭고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타깝게도 잘하는 게 별로 없다. 더욱 안타까운 건 좋아하는 것도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뭔지 찾을 시간이, 기회가,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네 번째 발자국은 ‘놀이’다. 질문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 커다란 대답이다. 아인슈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놀이란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 어떻게 놀아야 한다는 규칙이 없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표도 없다. 더 잘 놀기 위해 경쟁하지 않으며, 혼자 놀아도 재미있고 같이 놀아도 재미있다. 매우 집중이 잘되고 즐거운 과정이며, 끝나면 다시 하고 싶어지는 행위다. 진정한 자유가 없는 곳에는 놀이도, 창의도, 혁신도 없다.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은 내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를 알려 준다. ‘나는 무슨 일을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 즐거움의 원천인 놀이 시간을 들여다 보야야 한다.     


  다섯 번째 발자국, ‘새로고침, 리셋’이다. 우리 인생을 리셋할 능력은 ‘후회하는 능력’이 있어서 가능하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여섯 번째 발자국은 ‘미신’이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기쁨과 쾌락,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기대감에서 비롯되고, 기대한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일 때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일곱 번째 발자국은 ‘창의’다. 동양 사람들에겐 눈의 형상이 중요하고, 서양 사람들에겐 입이 중요하다. 서양 사람들의 이모티콘에는 눈이 자세히 그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 눈은 콜론[:]으로 표시하고 주로 입으로 여러 가지 감정을 표시한다. 제일 유명한 것은 스마일이고 찡그리거나 우울하거나 웃는 감정들을 주로 입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감정표현을 대부분 눈으로 [^^]한다. 입은 아예 그리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은 전전두엽 같은 가장 고등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기능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신경세포는 계속 만들어지며, 운동할수록 더욱 많이 만들어진다는 결과다. 꾸준한 운동이 여러분의 뇌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만들어 나이가 들어서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 독서, 여행, 사람 만나기와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도 중요하다.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이다. 2010년이 지나면서 ‘딥 러닝’이라는 알고리즘이 빅데이터와 만나게 되자 인간의 95~98% 수준까지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인간의 뇌는 쉽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경험이 세상 전부인 양 착각한다. 뇌를 쓰는 방식이 바뀌면 뇌 구조도 달라진다. 이것을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 구조가 바뀌어야 새로운 기능이 더해질 수 있다.      


새로운 사고방식, 검색과 편집, 정보의 결합, 바른 스캔을 위해서는 그에 적절하게 뇌 구조가 바뀌어야 한고 실제로 그렇게 바뀌고 있다.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교육으로 옮겨가야 한다. 언어교육이 곧 사고와 철학 교육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홉 번째 발자국, ‘4차 산업혁명’ 모바일 시대정신은 나와 유사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주는 정보로 세상을 이해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테크놀리지는 일상 몰입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 살면서도 단절 없이 비트 세계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일상 몰입 기술’이라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뇌 속에 저장된다. 행복과 건강의 핵심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였다고 한다. 배우자, 가족,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열 번째 발자국, ‘혁명’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환경운동을 했던 스튜어트 브랜드는 [홀 어스 카탈로그]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이 잡지에 등장했던 제품들이 점점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히피정신에 잘 부합하는 서비스가 위키피디아이다. 이제 정보의 신뢰는 권위에서 다수가 만들어낸 집단지성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열한 번째 발자국,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 이제 비즈니스는 돈을 버는 수단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최고의 기업을 운영하는 CEO 혹은 창업자의 입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고귀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 지 오래되었다. 자신이 하고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고 그것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업무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애쓰고 영업도 훨씬 더 열심히 한다. 


생존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의사결정을 하자면, 어느 집단에서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누군지를 빠르게 찾은 후에 그의 말을 따르는 가장 앞줄에 선 재빠른 추종자가 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자들에게 혁신은 찾아온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과감하되 무모하지 않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실패하지 않기 위한 준비에 철저한 사람이어야 한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의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탐험’이다. 그중에서 성취를 이룬 자들은 사려 깊게 준비한 탐험가들이다.    

  

저자는 물리학자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는 분야로 옮겼다. 우주와 뇌가 같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책 소개     


열두 발자국, 정재승 저, 2018. 7. 2. 어크로스출판그룹(주), 16,800원.     


정재승 : KIST에서 물리학 전공 학부 졸, 같은 학교 석사, 박사, 예일대학교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정신과 조교수, 현재 K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 저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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