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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an 19. 2023

김선영 지음. 『열흘간의 낯선 바람』

김선영 소설, 몽골여행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다. 휴대폰이 만능열쇠인 세상에서, 관계와 소통, 그리고 존재에 대해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은 인간의 오랜 주제다. 그래서 가수 나훈아도 소크라테스를 소환했다. “너 자신을 알라”     

  주인공은 여고 1학년 ‘송이든’이다. 성은 ‘송’이고 이름은 ‘이든’이다. “이든”은 국어사전에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붙어, 주로 ‘~이든 ~이든’의 구성으로 쓰여, 열거된 것들 가운데 어느 것이나 상관없음을 나타내는 보조사”라고 정의되어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 사는 –이혼은 아님-가정에 엄마와 둘이 산다. 어느 날 엄마로부터 몽골 여행을 제의받고 몽골 여행을 간다.     


  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거나, 누구와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이 책의 주인공 엄마와 아빠의 행태가 나와 닮은 것 같다. 매사 선명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 쓰러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견디는 것.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여행이 그곳의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난다면 그보다 더 특별한 여행은 없다. 주인공 엄마의 생각이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나에게 특별한 버킷리스트도 없지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몽골 여행과 러시아의 기차를 타고 바이칼호수에 가보고 싶다. 이 소설의 주제가 몽골 여행이다. 몽골의 고비사막을 여행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 원래 온라인 게임이지만 몽골에서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이십 일간의 낯선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 게임이 끝나면 삭제한다. 여행 기간 중 이 게임을 하고 귀국 공항에 내리는 순간 이 게임은 기억에서 깨끗이 지워버린다는 조건으로 진행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네 사람은 게임을 통해 풀어놓는다.     


  문명의 혜택 없이 오직 자연의 상태만 존재하는 세상, 몽골의 대초원과 고비사막에서 쏟아지는 별빛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를 찾는 이야기를 체험하고 싶다. 내 어렸을 때 보았던 밤하늘을 회상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의 엄마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 “지평선 너머 저 먼 불빛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현실을 잘 살아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작은 거에 매몰되어 더 멀리 못 보는 것, 그런 것들이 우릴 함정에 빠트리곤 한다. 하늘 저 멀리 흐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먼빛을 향할 때 우린 삶의 크고 작은 번뇌도 벗어난다.”처럼.     


  한 편의 이야기는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청소년 문학에서 순수를 느끼고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의 나를 만나게 한다. 나에게 있었던 순수의 시절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몽골여행을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진다. 그리고 내친김에 러시아 바이칼호수까지 갔다 오자. 내가 살던 지구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추억으로 저세상에 갈 수 있도록,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혼자라도 가야겠다. 이왕이면 이 소설처럼 “이십 일간의 낯선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마음에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홀가분한 상태가 되면 더욱 좋겠다.     


“시야에 걸리는 것은 하늘과 맞닿은 땅끝이다. 아스라이 멀어 그곳이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러 오는 것”     


“식물이 끊임없이 햇빛 쪽으로 굽는 것처럼 사람도 제 하고 싶은 곳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하고 싶은 것과 동떨어지게 살면 살수록 굴광성은 더욱 강해져 기이하게 휘어져서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때다. 마음은 이것을 하고 싶은데 정작 다른 것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마음은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갈 수 없을 때, 마음은 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데 원치 않는 사람과 있을 때다.”     


책 소개     

열흘간의 낯선 바람. 김선영 저. 2016.06.13. ㈜자음과모음. 229쪽.     


김선영

1966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밀례』, 장편소설 『특별한 배달』 『미치도록 가렵다』 『열흘간의 낯선 바람』 『내일은 내일에게』 『시간을 파는 상점 2: 너를 위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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