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라도서관 독서회 토론용으로 읽은 책이다.
작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한 마을에,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이 책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일화를 모은 것이다.”라며 폴란드의 야기엘로니안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친구 레나타 체칼스카의 도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화는 이 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다른 세계를 불러온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독자를 상상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에 곧바로 가닿기란 어려운 일이다.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대립과 다툼을 낳는다. 엉뚱한 주인공들로 하여금 우리 대신 말하고,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경전, 철학서와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책 중 하나가 우화집이다.” 작가의 말이다.
이 책에는 45편이 우화가 실렸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현명한 것이라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치인 중에 많은 것 같다.
목욕탕에 들어가면 모두가 옷을 벗기 때문에 나를 상징하는 의상이 없는 상태에서 나를 증명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 주세요.’ 어처구니없는 것 같지만 이미 오래전에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큰마음 먹고 떠난 여행길, 자다가 신발 방향이 거꾸로 되어있어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 사람의 이야기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자기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아이들을 만나고 이웃 사람들을 만나도 여전히 자기는 여행 중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나는 당신들이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는 내 집이 아닙니다. 나는 이곳을 아닌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 그곳에도 당신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그곳이 궁금하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한다. 우리 삶도 가끔 이런 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자의 나비에서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라는 독백이 생각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의 걱정에 관한 연구에 보면, 40%는 절대 현실에 일어나지 않은 일들, 30%는 이미 일어났거나 돌이키기에 늦은 일, 22%는 안 해도 될 사소한 일, 4%는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것, 나머지 4%만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라는 것이다. 4%를 빼고는 걱정으로 해소될 일도 아니고 할 필요도 없다.
책 속에 마을 사람들도 한두 가지 걱정거리는 늘 있었다.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갑자기 월식이 일어나 달이 사라지면 어쩌나, 조만간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아이거나 여자아이거나 쌍둥이거나 더 나아가 세 쌍둥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이런 걱정들이 각자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했으므로 사람들의 마음을 해방시켜 줄 특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 전체를 위해 대신 걱정해 줄 ‘걱정 전문가’를 한 명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신이 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는 아기를 바라보며 짓는 엄마의 미소를 가지고 돌아간다. 신은 매우 기뻐하며, 정말로 아름답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진 않았다. 천사는 다시 지상에 내려와 꾀꼬리의 노래,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바라보는 눈빛 등을 신에게 보여주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천사는 어느 초라한 집의 작은 부엌 한구석에서 들리는 나즈막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누구에게서도 다정한 말을 듣지 못했던 가난한 여인이 누군가가 베푼 친절한 행위에 감동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천사는 그 눈물 한 방울을 가져다 신에게 보여주었다. 신이 찾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지켜줘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고.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가진 것이 많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어느 날 큰 돌이 길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 돌을 보면서 각자 자기의 견해에 맞는 말을 한다. 군인은 기념탑을 만들기 위해서, 건설업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상인은 시장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의사는 병원 건물을 짓기 위해서 등등, 현자는 사람들의 의견에 “이 돌은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과, 때로는 그 위치에 그대로 놓아두는 게 더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현자의 말에 크게 감동하며 그 돌에 울타리를 치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명판을 세웠다.
선지자는 말한다. “시장에서 노래하는 눈먼 거지는 천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대의 아내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신이 계율을 압축하면,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
우화寓話.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꼭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빚는 유머 속에 교훈을 나타내려고 하는 설화說話. -두산백과.
우화寓話.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이솝 이야기》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저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이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우화를 읽고 순수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책 소개
인생 우화. 2018.07.30. 류시화 지음. 연금술사. 352쪽. 16,000원.
류시화. 시인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며 명상과 인간 탐구의 길을 걸었다. 오쇼,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 달라이 라마, 탁낫한, 무닌드라 등 영적 스승들의 책을 번역 소개했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