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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01. 2023

성석제 소설, 『재미나는 인생』

책 중에서


인간이 상상해낸 가장 긴 시간 단위 가운데 하나가 겁(劫)인데,     

겁은 범천(梵天)의 하루에 해당하며 햇수로 치면 4억 3천 2백만 년이다.


혹은 하늘과 땅이 개벽한 이후 그다음 개벽할 동안이란 뜻이다.


혹은 둘레 40리 되는 성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놓고 하늘에 사는 나이 많은 이로 하여금 3년에 한 알씩 가지고 가도록 하는데 죄다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이 1겁이라고도 한다.      


혹은 둘레 40리 되는 돌을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 

무게 3수(銖-중국 한나라 때의 무게 단위로 1수는 1/24냥, 1.55g, 하찮은 무게를 뜻함)의 옷으로 3년에 한 번씩 스쳐 그 돌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을 1 소겁, 

둘레 80리 되는 돌을 하면 1 중겁, 120리 되는 돌을 하면 1 대겁이라고 한다.     


혹은 8만 4천 살로부터 백 년에 한 살씩 줄어 10살에 이르고 다시 백 년에 한 살이 늘어 8만 4천 살에 이르는 것으로 1 소겁, 20 소겁을 1 중겁, 4 중겁을 1 대겁이라고 한다. 

20 겁에 해당하는 성(成), 주(住), 괴(壞), 공(空)의 대겁이라고 해도,     


실은 가장 적은 시간 단위인 찰나(刹那-1/75초)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120 찰나가 달찰나(怛刹那)를 이루고 

60 달찰나가 하나의 납박(臘縛)이 되며 

납박이 모호율다(牟呼栗多)인데 이것은 곧 수유(須臾)로서 30 수유가 1 주야(24시간)이다.     


인간이 살아있는 시간은 이렇게 비유하면 하찮은 것이다. 하루살이를 보면서 비웃듯, 우주 천지 만물 사이에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가는 시간은 어쩌면 하루살이보다 더 덧없는 것이 아닐까.     


책 소개

성석제 소설, 『재미나는 인생』 1997.1.20. ㈜도서출판 강, 8,500원.     

성석제 : 1960년 상주생, 시로 등단, 이효석 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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