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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14. 2023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장편소설

    

이 책은 도서관 서가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라는 카피에 이끌려 읽었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 많은 예술가와 작품을 기록한 소설은 처음 읽었다. 

서양의 예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인류의 예술에 대한 유구한 역사와 열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행위예술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2010년 3월 9일부터 뉴욕에서 75일 동안 716시간 30분을 무대에서 앉아 있는 “예술가와 마주하다”작품을 주제로 한다. 1,500명이 넘는 마주 앉은 사람과 85만 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관람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현대적사랑의박물관 태그로 검색하거나 유튜브 “예술가와 마주하다”를 검색하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과 다큐멘타리를 볼 수 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은 한 편의 환타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행위예술가와 마주 앉은 사람들의 내면을 표현한 문장이 인간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느낌이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듯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은 투자와 무능한 정부를 받아들인다. 

임금은 청바지 허릿단만큼이나 낮다. 마른 것이 유행이지만, 뚱뚱한 것이 보통이다. 

먹고사는 데 돈이 많이 드는데 몸이 아픈 건 그중에서도 제일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개인 차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원하는 건 멋있어 보이고, 좋은 향기를 풍기고, 친구가 있고, 

편안하고, 돈을 벌고,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즐기고, 일찍 죽지 않는 것이다.” - ‘나중보다는 처음에 반대하기가 더 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간의 얼굴이 그렇게 다양할 수 있음을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이목구비나 피부색에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받아들이는 혹은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 그들이 강렬하게 혹은 체념하여, 

호기심으로 혹은 두려움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었고 그들이 전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주는 듯했다.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살기 마련이지. 중요한 건 편안함이 아니야.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기억하는 것이야. 중요한 건 헌신이야. 당신만이 할 수 있어. 그러려면 겁내 선 안돼.     


  “두려움은 의심으로 이어져, 의심은 추론으로 이어지지. 추론은 선택으로 이어지고, 선택은 삶으로 이어져, 두려움이 없으면 의심도 없어. 의심이 없으면 추론도 없지. 추론이 없으면 선택도 없고, 선택이 없으면 삶도 없어” 하지만 선택이 항상 삶으로 이어지나? ‘어떤 예술가도 처음에는 아마추어였다.’ 랠프 월도 에머슨.     

엄마란 심장 같은 거란다. 너는 평생 동안 매일매일 그 까만 눈으로 나를 아프게 해. 나를 아프게 하지. 

하지만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너를 보호해줄 수 있는 건 훈육뿐이야. 그게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야.     

인생은 레너드 코언의 노래책이야, 그는 결론지었다. 달콤쌉쌀한 사랑, 약간의 섹스, 한순간 임재하는 신, 그리고 인생은 흘러갔다. 사랑은 이겨냈고 섹스는 왔다 갔고, 신은 잊었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것에 충실하라.’ - 앙드레 지드.      


“네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모든 걸 바쳐야 해. 모든 걸. 예술이 아닌 걸 하고 싶다면 직장을 구하고 엄마가 돼. 그러면 너는 구조에 기여하는 거야. 구조는 늘 자원자를 찾고 있지. 하지만 예술은 구조가 아니야. 예술은 묻지 않아. 네가 예술에게, 너만 무가치한 방식으로, 작은 실 하나를 더해도 되냐고 묻지. 네가 정말로 실 하나를 더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놀랄 일일 거야. 나는 영원히 그러지 못하겠지. 그걸 알 만큼 나이를 먹었거든. 하지만 너는 아직 어려. 찾아볼 시간이 있지. 네 안에, 네 안에만 사는 게 뭔지 찾아봐.”     


슬픔은 그녀 안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슬픔은 빗물처럼 만질 수 있었다. 

어떤 순간에도 이 세상에는 애도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이 존재했다. 지나갈 거야, 사람들은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애도란 불가피한 일의 중심에 있는 시작점에 불과했다. 부서지기 쉬운 이 세상에는 절망할 일이 너무나 많다. 확실성이 그렇게 두려울 수 있다면 불확실성은 항의의 한 형태, 일종의 수동적 저항이 될 수 있다.     

예술은 어느 정도 고독과 친숙해 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고통과도 그럴지 모른다. 

육체적인지 정신적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다 촉매일 뿐이다. 


사실 고통은 예술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연마하는 데 쓰는 숫돌이다.      

인간이 더 오래 살았다면 더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짧다. 

자기 앞에 놓인 과업을 이해하기 시작하기까지도 한참 걸린다. 죽기 전에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자. 

모든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다. 

매력도 마찬가지다. 영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일 온종일 노래하고 춤춘다.     

 


책 소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저. 황가한 옮김. 2020.01.16. 한겨레출판(주) 410쪽. 14,800원 

   

헤더 로즈 : 1964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성인 순수 문학, 아동문학, 판타지/SF와 추리소설을 넘나들며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2017년 스텔라 상, NSW 프리미어스상을 수상했고, 2018년 12월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이다.     


황가한-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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