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체 관광객들이 꽤나 많이 이곳을 찾았다. 성당뿐만 아니라
판필로프 28인 공원과 악기박물관이 한데 모여있어
관광하기에 꽤나 편한 곳이기도 하다.
젠코브성당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목조건물로
1911년 알마티에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무너지지 않고 견뎌낸 곳이기도 하다.
그 옛날 내진설계를 튼튼히 한 뛰어난 건축가 때문인지 아니면 신이 무탈하도록 지켜주고 계신 신성한 곳이서인 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알마티에 큰 지진이 났을 때에도 성당은 또 한 번 큰 화를 피해 갔다.
내가 찾아갔을 때 마침 성당의 가장 꼭대기 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만히 종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성당으로 들어가기 전 벤치에 앉아 잠시 주변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 때들은 사람들이 건네주는 모이를 풍족하게 먹고 자라서인지 토실토실 살이 올랐으며 아이들은 그 옆에서 미니자동차를 타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증숏을 찍느라 관광객들은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물 한 모금과 함께 잠시동안의 휴식을 취한 나도 본격적으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화려하고 눈부신 스테인드글라스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 장식들. 성경의 내용들을 표현한 성스러운 프레스코화 그리고 조용히 타들어가고 있던 촛불.
종교가 없는 나지만 성당 안에 들어오니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차분히 마음이 가라앉히고 두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는 일이 잘되게 해 달라.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소원보다는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가족 그리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인 건강. 하늘이 나의 소원에 응답해 주길 간절히 바라던 그 몇 분 동안 내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짐을 느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속일 수 없나 보다.
눈물이 많아진다.
성당을 나오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보게 될 것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 판필로프 28인공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은 나치 독일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전쟁은 많은 희생자를 낳고야 말았다.
당시에 희생된 군인들을 위한 넋을 기리기 위해 이러한 공원을 조성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를 비롯한 다른 러시아의 도시들을 방문했을 때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누구보다 전쟁의 아픔을 잘 알 것 같은 나라인 러시아는 아직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불꽃을 한동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빨리 찾아오길~
발걸음을 악기 박물관으로 옮겨본다.
사실, 알마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젠코브성당이나 판필로프공원보다 난 이곳이 더욱 궁금했다.
카자흐스탄 여행을 떠나 오기 전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거기엔 전통악기인 돔브라와 코브즈가 소개돼있었다.
소리가 궁금해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봤는데 묘하게 빠져드는 이 마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돔브라는 원래 양이나 염소의 내장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중요행사에 많이 이용이 되고 있는데 유르트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악기가 돔브라이다.
코브즈는 9세기경 코르쿠트 앗타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며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 악기가 바이올린의 원조라 하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을 둘러보다가 어느 전시실에 들어가니 돔브라인지 코브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악기소리가 들려왔다. 퉁퉁 튕기는 현의 소리는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애잔하고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기념품으로 악기를 하나 구입해오고 싶기도 했지만 연주도 못하는데 가만히 모셔만 두고 있기엔 값이 좀 나가는 거 같아 일찍 마음을 접어버렸다.
'그래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많이 먹자.'
이른 아침부터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근처에 그루지야식당(조지아식당) 이 있어 서둘러 이동했다. 아직도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