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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Feb 07. 2024

장민호 호시절 어머니와 함께

민트향 날리는 장민호 콘서트

  쉬는 시간에도 학급 교실에서 생활 지도를 하다 보니 수업 자료 만들기나 생활기록부 기록은 거의 집에서 했다. 12월 업무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 트로트를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콘서트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가 장사하던 가겟방에는 카세트가 있었고 이미자와 다른 트로트 테이프가 번갈아 일하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단함을 달랬다.

  어머니는 이미자, 조미미의 노래를 좋아하셨다.

  어린 나에게 이미자 씨의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 아가씨 가사는 가수의 고운 목소리와 함께 마음에 들어왔다.

  어머니 시대에 아이돌이었던 이미자 씨 콘서트 벽보를 보며 어머니와 함께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선뜻 예약하지 못하고 긴 세월이 지났다.

  

  코로나 3년 동안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위로가 되어 준 미스터  트롯 7인 중의 한 명의 공연은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미스터 트롯 top7이 경연에서는 순위가 있었지만 가창 실력은 순위대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지개처럼 각 개성이 있고 나름 특색 있는 음색이 있다.

  어머니도 임영웅을 당연히 좋아하지만 다른 가수들도 그 개성대로 좋아하신다. 어머니에게 가면 김호중, 이찬원, 임영웅, 장민호 등의 출연 내용과 그들의 신상에 대해 줄줄 말씀하셨다. 경연 프로그램을 많이 보셔서 어머니 생각에 심사위원의 평까지 들으셔서 노래에 대한 안목도 생겨 평도 자세하게 하신다. 사실 평보다는 칭찬이다.

  정말 코로나로 모임이 금지된 시간, 그들이 없었으면 시간 보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신다.

  

  임영웅 티켓은 발매 몇 분 만에 다 나간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에서  연예인 여럿이 티켓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1월에 딸에게 장민호 공연 티켓 구매를 부탁하니 12월에 장민호 콘서트가 수원에서 있다고 하였다. 가까운 곳에서 공연이 있다니 기뻤다. 콘서트 한 달 전인데도 빈자리는 몇 자리 밖에 없었다. 다행히 무대 가까이 자리를 구했다. 어머니께 장민호 표를 구매했다고 하니 장민호도 좋지. 비쌀 텐데 하시지만 좋아하셨다.

  사실 나는 7인 중 장민호를 가장 좋아한다. 정동원과 듀엣으로 부를 때도 정동원이 점수를 많이 받기는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그가 어린 정동원을 위하여 노래 부분을 많이 양보했다고 했다.

  그것이 그의 매력이고 인성이고 그의 노래 인생이었을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의 중요한 경연이지만 그는 급하게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긴 무명의 시간이 음악에 대한 튼튼한 실력을 갖추게 했을 것이고 겸손과 침착한 그 인성이 감동을 줄 때가 많다. 무명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의 정상의 시간도 안정적이고 길 것이라고 생각된다.

  임영웅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빌로드 같은 매력이 있다면 가야금 줄을 튕기듯 가볍지 않고 깊은 그의 음성으로 민요풍의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것은 장민호가 최고일 것으로 생각된다. 거듭 말하지만 그의 음색은 부드럽고 깊은 울림이 있는 가야금 소리이다.

   

  표를 구매하고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콘서트 장소는 차로 25분 거리지만 차가 막힐까 봐, 주차 복잡할까 봐, 넉넉히 가다 보니 2시간 전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 했더니 공연장 앞마당에는 민트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40~60대 여성들과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80인 우리 어머니는 관객 중에는 고령층일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장민호 팬클럽 민호 특공대의 상징 색이 민트인가 보다 하고 짐작을 하게 되었다.

  장민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깔끔하고 선명한 민트색인데 팬클럽 색도 민트라니 잘 어울렸다.

  

  공연 이름은 호시절(好時節)이다. 지금이 인생의 가장 좋은 때라는 뜻일 것이다. 장민호의 인생도 좋은 시기이다.

  10대의 정동훈 군과 같이 미스터 트롯으로 선발된 40대의 그이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도 , 지금껏 가수의 길을 걸어온 시간 모두 그에게 호시절이다. 한자를 전공한 나로서는 영어이름보다 호시절이라는 한자가 쓰인 공연 이름표가 마음에 들었다.

 공연 이름을 호시절로 정한 그의 설명 또한 좋았다. 관객도 가수도 모두 지금을 즐겁게 누리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응원 조명을 살까 하다가 민트색 장갑을 샀는데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은 분이 어머니께 자신은 많다며 조명을 나누어 주셨다. 아, 이것이 팬심인가 보다.

 어머니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응원조명을 열심히 흔드셨다.

드디어 공연장에 그가 들어섰다.

 우리는 무대의 왼쪽 앞자리였는데 뒤쪽 가운데에 그가 황태자 복을 입고 나타났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 안경을 가져가지 않아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게 바로 연예인들에게 있다는 아우라인가, 왕자가 나타난 듯 멋있었다.


   TV에서 보면 노래 잘하는 잘 생긴 가수였는데 오늘 저쪽에서 왕자님이 오는 듯 눈이 부셨다.

신기한 일이다. 어느새 그는 우리 쪽을 지나 그는 무대에 올라갔다.

  민호랜드에 온 걸 환영한다며 공연 열차는 출발했다.

 노래는 트로트, 발라드 그의 신곡, 다양한 장르의 가요를 댄스와 함께 불렀다.

  아무리 콘서트지만 저 정도로 뛰려면 너무 힘들겠다 걱정될 정도로 그의 무대는 알차고 감동적이었다.

  가사 중간에 민트야로 가사를 바꾸어 부르면 환호가 쏟아진다.

 나는 '그때 우린 젊었다'나 그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작사했다는 '내 이름 아시죠'를 좋아한다. '풍악을 울려라'를 부르는 그의 모습도 흥겹고 힘 있다.

   부모가 자식의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쁨이라면 자식은 부모님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쁨이기도 하다. 짐작컨대 오랜 무명 가수로 있었지만 착하고 건강한 아들을 보는 것도 부모의 행복이겠지만 지금처럼 성공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에는 안타까움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노래에 잘 담겨있다.

  할 수만 있다면 부모님 가시는 길에 불을 밝히고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노랫말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아버지도 병상에 몇 년 계시다가 61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이 좋은 세상에 아버지랑 함께 한 것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더욱 절여온다.

    

           어두운 그 길을 어찌 홀로 가나요, 새들도 나무들도 슬피 우는 밤.

           조심조심 가세요, 넘어지면 안 돼요, 달님이 그 먼 길을 지킬 겁니다.

           ~꿈에 한번 오세요, 잘 도착했다 말해요.

  

  따라갈 수 없는 저승 가는 길, 달님이라도 지켜주길 바라며 아버지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마음이 조심조심 간절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노래가 사람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삶의 동반자라는 것이 그의 노래를 들으면 더욱 실감 났다.

  

  '역전 인생'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인생을 풍자하며 좌절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고 신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경연에서 하얀 옷을 입고 열정을 다해 불렀던 '엽전인생'은 그의 가창 실력을 보여주는 곡이었다.

  

   트로트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에서 주는 힘도 바로 이런 것이리라.

   남에게 말하지 못한 아픔, 슬픔을 읽어주며 현재 각자의 다양한 모습의 삶에 가치를 주며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지만 트로트 가사 안에는 인생을 통찰하며 심금을 쓸어내리는 위로가 있다.

  그리고 그 트로트의 매력이 장민호 노래 안에서 잘 드러나고 표현되고 있다.

  

   장민호 씨는 콘서트 중간에 그의 밴드와 공연단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소개했다. 무명시절에 이름 알리기를 간절히 원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동료를 아끼는 자상한 배려이다.

  무명의 긴 시간 겸손하게 노력해 왔을 보이지 않는 시간을 받쳐 준 그의 인성이 성공을 거머쥔 지금도 변함없는 것 같아 좋았다.

   콘서트에서 그의 삶과 노래에 대한 설명을 중간중간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간도 의미 있었다.

   

   어머니도 공연 내내 좋아하셨지만 걸음이 편치 않은 어머니는 나갈 때 복잡하면 안 된다고 좀 일찍 나가자 하여 몇 곡을 남겨 놓았을 때쯤 안타깝게 자리를 나왔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보니 공연장소에 도착하고 나갈 때 그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데 시간을 놓친 것이 안타까웠다.

  

  트롯 오디션에 나온 인물 중에는 구설수에 오르고 출연을 끝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좋지 않은 지난 일들이나 무절제한 생활로 인기의 정상에 올랐다가 추락하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소문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콘서트는 가수의 노래와 삶을 만나는 시간이다. 장민호 가수는 TV에서 본모습도 좋았지만 가까이 보니 실력 있고 인간적인 좋은 가수였다. 트롯 신사라 불리는 장민호가 요즘은 주방의 신사로 요리 솜씨도 보이고 있다. 그 요리는 짧은 시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그만의 레시피로 만든 것이다.  

  이연복 셰프도 감동시키는 진심이 담긴 요리였다.


  '여행 갑시다'하고 시작하는 '남자는 말합니다'라는 노래는 고생하며 함께 살아온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노래다. 장민호 가수에게도 절절하게 사랑하며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그의 음악 동료들이 끝까지 지금처럼 열심히 노래하고 성실한 삶의 자세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K트롯과 가수들이 세계 무대로도 거침없이 달려가며 그들의 삶도 존경받기를 바란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에게는 잠깐씩 들러 얼굴만 보고 김치를 얻어 오거나  했는데 공연장에 가기 전부터 공연 시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도 뜻깊었다.

  이것이 문화이고 공연의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시간을 갖게 해 준 장민호 씨와 티켓을 끊어준 막내딸, 함께 해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이런 시간을 또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장민호#트로트#민트#민호 특공대#호시절#민호랜드#콘서트



https://youtu.be/wfWETP2jItU?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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