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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우산
Feb 25. 2024
엄마와 두루미
강화도 두루미를 보다
작년부터 하얀 몸 깃털 위에 날개 끝은 잠시 먹물에 담갔다 꺼낸 듯 검은 장식이 있는 두루미를 보고 싶었다.
강화
동검와
철원으로 가족들과 함께 두루미를 보러 다녀왔다.
DMG두루미 탐조센터를 가면
많은 두루미를 볼텐데
시간 맞추어 가야만 해서 철원 양지리 들판에서 벼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만 찍었다.
강화에도 흰 두루미가 있다고 들어서 가 보았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우수가 지나고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아니라며 폭설이 내리고 이틀 지났다.
겨우내 주로 집에 계시던 어머니와 외출을 하고 싶었다.
날씨도 맑고 교외로 나가면 눈이 쌓인 경치도 보고 작년에 보았던 흰 두루미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머는 추워서 나가기 싫다고 하시더니 내가 작년에 해물 칼국수 먹었던 그 집에서 블루베리 반죽의 해물 칼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자, 그러면 가자고 했다.
11시 반쯤 길을 나섰는데 날씨가 점점 따뜻해졌다.
작년에 남편과 들렸던 그 집에서 칼국수를 먹고 나니 바깥 날씨가 하나도 춥지 않았다.
어머니도 칼국수와 해물을 맛있게 드셔서 그것만으로도 나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지도 않고 괜찮다고 하셨다.
동검도로 들어가는 길에 보이던 바다가 물이 빠져서 진흙만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갈대밭 앞쪽에 흰 뭉치 같은 것이 몇 개 보인다. 움직인다.
두루미다.
가져간 조그만 망원경으로 보니 제대로 보인다.
1Km 이상 떨어졌을 텐데도 무엇인가 느꼈는지 한자리에서 먹을 만큼 먹었는데 조금씩 멀리 걸어간다.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은 전원주택 몇 채가 있던 곳인데 대형 개 짖는 소리가 무서워 차를 돌렸다.
두루미가 한참 멀리 반대쪽에 있으니 돌아가는 길이 있을까 하고 가다 보니 멀리 또 보인다.
근처에 있는 분께 물어보니 아침에는 바로 그 앞에서 보인다고 했다.
동네서도 보면 새들이 부지런하다. 아침 일찍부터 재잘대며 먹이를 먹고 날다가 한낮에는 좀 드물다.
이제 보니 내가 두루미를 보러 나선 시간이 늦은 오후나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려 두루미를 보고 또 길을 가고 하는 동안 평소 잘 걷지 않는 어머니가 힘들지 않을 정도로 걷는 것도 좋았다.
작년에 왔을 때는 잠시 휴대폰 촬영을 하는데도 손이 엄청 시렸는데 날씨가 안성맞춤이었다.
길을 돌아나가는데 두루미 세 마리가 드문드문 늘어서서 먹이를 먹고 있다.
이전에 본 것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였지만 휴대폰으로 촬영하기에 좀 먼 거리였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가깝게 촬영했다.
그 녀석들의 모습을 제대로 본 어머니는 너무 이쁘다. 그리고 참 크다고 신기해하신다.
여행도 음식도 별로 흥미 없어하시는 어머니는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 해주는 것만 좋아하시는 데도 평소에 어머니 집에서 먹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출근할 때는 피곤하여 가끔 어머니와 밖에서 먹고 이번 명절도 시댁에 갔다 와서 어머니집에는 이틀이 지나서 겨우 갔다.
아이들과 함께 들릴 수 있는 시간은 명절 때가 아니면 어렵기에 저녁을 가서 먹었다.
얼마 전에도 어디 가자고 하니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 춥다고 나가고 싶지 않다던 어머니가 두루미를 보며 좋아하시는 걸 보니 오늘 함께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는 이렇게 다니지 못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병이 나서 누워계시다 일찍 떠나셨다.
마음 한편에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적었다는 아쉬움이 드는데 어머니도 아버지 말씀을 하신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짧은 만큼 어머니는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어머니는 친구분들과 잘 지내고 계시지만 집에 혼자 계신 시간도 많다.
어머니를 위해 함께 식사하고 외출을 해도 어느 때는 어머니의 고집과 나의 고집이 부딪힐 때가 있다.
오늘은 두루미를 보며 나처럼 두루미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보며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날씨에 보고 싶었던 두루미를 보고 어머니와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작년에 머물던 그 자리에 가족이 함께 있는 두루미도 참 신기하다.
그들이 장소를 기억하고 또 오기에 철원에서도 해마다 많은 양의 벼를 들판에 뿌려놓는 것이다.
작년에 남편이랑 보았던 두루미 가족을 어머니와 조금 더 가까이 보니 기분이 참 좋다.
내년에는 아침 일찍 나오던지 강화나 철원에 하루 머물면서 가족 모두랑 시간도 보내고 흰 두루미 가족을 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두루미 가족을 가족 모두가 함께 보면 더 가까이 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는
기대가 생긴다.
두루미랑 엄마랑 함께 하며 마음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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