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가면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처음의 의상(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들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며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학창 시절 시낭송 집에서 듣던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이다. 이 제목으로 드라마도 제작된 적이 있다.
집 가까이에 우편물 취급소가 있기는 하지만 우체국 실비보험 청구를 하러 우체국으로 갔다.
우체국에 갈 때마다 이 시가 생각난다.
대학교 1, 2학년 80년 대 말쯤까지는 편지를 썼다.
초등학교 시절, 외가댁 갔다가 알게 된 언니와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중학교 때 펜 팔 친구를 사귀어 사실 그때도 언니였다. 두 살 많은 언니와 대학교 때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언니는 여상을 졸업한 뒤 우체국에 근무했다.
그리고 대학시절 같은 학과 친구와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인원이 적은 우리 과 친구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모두에게 관제엽서를 사서 예쁜 색펜으로 선을 그려 꾸미고 엽서를 보냈다.
엽서를 받은 친구들 중 삼분지 일이나 이분지 일 정도는 답장을 써주어 그중 몇 명 친구들과는 여러 통 편지를 주고받았다.
언제쯤 편지 쓰는 일을 멈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1년 전쯤 친구가 전화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며 다시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바코드 우표가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류철을 뒤지다 나온 옛날 우표를 붙여 보내기도 하였다.
오늘 우체국 가려 나가던 길에 우편함에 친구의 편지가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체국에 간 김에 우표를 좀 사서 기념으로 두고 친구에게도 예쁜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내고 싶어 우표를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체국 직원에게 우표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여러 종류의 우표를 보여준다.
우표는 특별 기념우표도 있지만 시대적 이슈와 이념이 응축된 내용의 그림 디자인이 들어가기도 하여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 사서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5만 원어치 정도 사려고 했다.
한 장에 430원짜리 10장이 있으면 10종류 정도 사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16장짜리가 많아 예산이 초과되었다.
요즘 거의 식자재를 사는 것 외에는 나를 위한 소비를 하지 않았으니 한번쯤 행복한 소비를 하는 것도 허용해 본다.
70년 대 초에는 하얀 오리가족인가 있는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의미였던 것 같다. 연구색 바탕에 하얀 엄마아빠, 아이 오리들이 있는 그림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저출산 시대라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우표가 있어서 샀다.
환경, 고궁 야경 풍경, 궁중채화, 광복 80주년 기념우표 등.
우표와 빨간 우체통과 우체국을 갈 때마다 나는 묘한 설렘을 느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꽤 많은 편지를 쓰고 받으며 보냈던 나는 어린 시절, 청춘의 꿈과 사색을 편지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사가 반영된 우표를 사서 붙이고 편지를 보내며 답장을 기다리며 성장해 왔다.
어느 순간 멈추었던 그 순간을 다시 되짚어 보며 느리게 오랜 시간 기다림 속에서 품었던 행복한 시간과 꿈, 사랑의 향기를 현대화된 우체국에서 맡아본다.
몇 년 전 등단한 뒤로 작품 공모전에 원고를 출력하여 보내며 기다린 시간들이 있다. 그때 등기우편을 보내고는 거의 우체국을 통신 업무로 간 일은 없는 것 같다.
당선작을 읽으며 이제 등단하고 써본 작품수도 적은 나의 욕심이 과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작품을 우체국에서 보내고 당선작 발표를 기다리는 그 시간들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표를 파는 직원도 그곳에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떤 우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다 열어보니 좋다며 내가 결제를 하자 장사 잘했다며 좋아한다.
현대사, 현대적 이슈가 담긴 우표를 보며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가 해외에서도 이 우표들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표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 많이 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복 80주년 기념우표도 샀다.
옛 선비들은 친구 간에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를 많이 썼고, 위대한 학자들의 편지에는 문학, 철학 등의 사상이 담겨 연구 대상이 된다.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할 수 있는 다산 선생의 편지는 더욱 소중한 역사적 문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우체국이 없고 다른 통신수단이 없던 시절의 간절한 마음을 먹을 갈며 생각을 정리하고 화선지에 붓으로 한 자 한 자 적었을 것이다.
마음을 담는 시간이 길고 인편으로 전달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편지를 전하는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도 깊어졌으리라.
아이가 어렸을 때 생일이 되면 편지를 써 준 적이 있다. 똑같은 엄마지만 어린 자녀를 보며 적었던 편지는 또 잊었던 나의 모습을 떠올려주기도 한다.
휴대폰 카톡으로 빠르게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편지의 날을 정하여 가까운 사람에게 엽서 몇 자라도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오래 간직할 수 있고 때로는 그 마음을 기억할 수 있게. 그리고 예쁜 우표를 붙여 보내면 훝날 그 시절의 시대상도 보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며 지난 시간의 행복을 모두 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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