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의 첫 출장 이야기(1)

by 껌딱지

대학에서 처음 소외열대질환에 대해 접했고 가장 관심이 갔던 분야였다. 그런데 마침 내가 파견된 기관에 소외열대질환 부서가 있었고, 애초에 해당 부서에 속했던 건 아니지만 기관장에게 부탁하여 소외열대질환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첫 출장을 가게 되었다. 출장의 목적은 소외열대질환 퇴치에 사용되는 알벤다졸과 맥티잔 약을 해당 지역의 보건부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약들을 가득 실은 기관 차량을 타고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수도 야운데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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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다 슈퍼바이저가 길거리에서 파는 파인애플을 사줬지만 깎아서 파는 과일은 조심하라고 배웠던 나는 아플까 봐 거의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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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봉사단원으로 지원할 당시에는 '죽으면 죽는 거지'라는 아주 패기 넘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파견되고 나니 나는 세상에 아직 미련이 많은 사람이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 조심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런 내가 어떻게 난민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늘 재난 구호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 살았는데 점점 꿈과 목표가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두 시간쯤 달렸을까? 갑자기 차가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섰다. 내려보니 차에서 연기가 난다. 지원 차량이 도착하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날씨에 도로에 서 있으니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가져온 간식을 운전 직원 알렉시스에게 나눠주니 갑자기 알렉시스는 마이클 잭슨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슈퍼바이저도 음악을 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잠시 더위를 잊고 배꼽을 잡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상황을 금방 받아들이고 즐기려는 모습에 나는 또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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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차량이 도착한 기쁨도 잠시, 길에서 3시간을 보낸 탓에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아봉방이라는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기관 규정에 따르면 안전상의 이유로 오후 6시 이후론 이동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아봉방이라는 마을에서 숙소를 찾아야만 했고, 결국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어쩔 수 없이 어떤 한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숙소를 찾으며 중간에 기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저녁을 해결했으나 나는 또 정말 아플 것 같아서 먹지 않았다. 화장실 걱정으로 하루종일 마시지도 먹지도 않았던 것을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안 먹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땀으로 흠뻑 젖은 데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상태라 개운하게 씻고 편히 쉬고 싶었으나 숙소 방에 들어오자마자 방 컨디션에 눈물이 찔끔 났다. 우선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고 물도 나오지 않았다. 변기는 화장실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고, 양동이에는 물이 받아져 있는데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보조배터리와 손전등을 챙겼던 나 자신이 고마웠다. 우선 가져갔던 종이비누와 생수로 손과 얼굴만 간신히 씻고 화장솜에 물을 묻혀 몸을 닦았다.. 창문 커튼은 있으나 마나 한 상태여서 밖에서 안이 보일까? 걱정하며 앉은 채로 겨우 3시간 정도 눈을 붙이며 그렇게 첫째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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