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죽음 앞에서 여유로울 수 있을까?
처음엔 이상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저 숫자를 지워가는 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 지날수록
하루가 사라져간다는 것이
이토록 선명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피곤하다고 미뤄뒀던 일들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고
귀찮다고 피했던 순간들이 소중한 기회로 보였다.
죽음은 삶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8일이 지났을 때였다.
시한부를 선고 받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플랑크톤’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의 한 대사가 가슴을 울렸다.
“목표를 정해두고 길을 잃으면 방황하게 되는데
목표가 없는 상탸에서 길을 잃으면 그것은 방랑이다.“
나는 지금 방황하는 게 아니라 방랑하고 있는 거구나.
이 깨달음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스무 날이 지나을 때, 일기장에는 이런 단어들이 가득했다.
외로움이 밀려왔다.
무리 속에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감과 함께
“난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거든.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한다는 게 너무 고독해. 나 많이 지쳤나봐. 살아가는 것만으로 압박감 같은 게 있어. 이 고독감을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