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았다
기대와 다른 첫 만남
아이가 태어났다.
출산 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아이를 품는 순간
모든 고생이 사라지고 행복감만 밀려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아이를 처음 본 건
분만실이 아니었다
아이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태변을 먹어
엄마와 눈 맞출 새도 없이
간호사선생님과 함께 사라졌다.
작고 빨간 얼굴로 누워 있는 아이를
신랑이 찍어 온 사진으로 처음 마주했다.
낯설고 서툰 시작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늘 궁금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싶었다.
내 아이라 무조건 사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못생긴 거지…….?
내 아이가 맞는 거야……??????
하루가 지나 드디어 아이를 품었다.
작은 손과 발, 주먹만 한 얼굴.
모유수유를 하면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낯설었다.
마치 처음 만난 손님을 대하는 듯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이 순간이면 눈물이 터져야 하는데
내 감정은 고요했다.
출산이 남긴 흔적
출산 후의 나는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몸무게는 아이 몸만큼만 줄었고,
언제 빠질지 모를 부종이 온몸에 남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졌고,
피부는 푸석해졌다.
작고 약한 아이를 안을 때마다 손목은 욱신거렸고,
잠을 잔 건지 깬 건지 모를 피로가 몰려왔다.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 시작됐다.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 걸까?’
사람들은 아이를 보면 저절로 사랑이 차오른다지만
내 마음은 그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내 마음의 속도
그렇다고 아이가 미운 건 아니었다.
다만 나 자신이 버거웠다.
출산이라는 큰 사건이,
내 몸과 마음에 남긴 흔적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었고
그 무게를 견디느라 애정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 말이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했고,
대신 조금씩 배우고 채워가기로 했다.
조금씩 자라는 모성애
하루에 한 번 이상,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많이 사랑해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안의 모성애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모성애가 넘치는 엄마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확실하다.
내 모성애가 얼마나 커질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의 사랑도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