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빼앗아 간 6개월, 그리고 되찾은 시간

아이의 잃어버린 말과, 다시 시작된 우리 이야기

by 라니코

언어가 피어날 시기, 코로나가 왔다


아이가 18개월이 되던 시기.

의성어와 의태어를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고,

이제 언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였다.

그때, 코로나가 찾아왔다.


처음엔 거짓 뉴스인 줄 알았다.

좀비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뉴스에 나오고,

모든 게 영화 장면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코로나가 뭐지? 감기라더니…’

전염병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켜야 할 아이가 있었다


치기 어린 시절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야 할 아이가 내 옆에 있었다.


두려움과 혼란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택배 상자에도 소독제를 뿌리고,

문 앞에서 바로 언박싱해 버렸다.

집 안으로는 아무것도 들이지 않았다.

마스크 없이 외출은 불가능했고,

숨 쉬기 위해 코와 눈만 겨우 내놓은 채

답답함을 견뎌야 했다.


닫힌 문 안의 시간


한창 걷고 뛰며 세상을 배워야 할 시기에,

아이는 방 안에 갇혀 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육아에 지쳐갔다.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집 안에 있는 건

행복보다 우울에 가까웠다.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제과를 독학해 봤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무렵부터 아이는 미디어에 노출됐다.

처음 맞이한 미디어 세상에 빠져

몇 시간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보다 무기력함이 먼저 들었다.


나는 내 동굴 속에 숨어 살았다.

아이의 보호자 역할은 최소한으로만 했다.

먹이고, 재우고, 대소변을 치우는 정도.


부모 대신, 미디어가 아이의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내 스트레스가 조금 가라앉을 즈음,

코로나도 풀렸다.

하지만 아이의 언어는 멈춰 있었다.

조잘거리던 입은 굳게 닫혔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그동안 뭘 한 거지?’

날 위해 살았고, 아이를 두고 살았다.

지금이라도 돌려놔야 했다.


다시 아이의 눈을 바라보다


미디어를 끊어버렸다.

아이의 짜증과 분노가 폭발했지만,

멈췄던 사랑을 다시 쏟아부었다.


하루 종일 눈을 맞추고,

함께 놀고, 이야기를 건넸다.

멈췄던 만큼, 회복에도 6개월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아이가 마음을 열며,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고맙고, 미안한 시간


고맙고, 미안했다.

그 6개월은 내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남은 날들을 더 깊은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

처음 아이를 품었을 때의 마음을 다시 꺼내어

이 아이가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고의 엄마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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