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내며, 나를 되돌아보다

그림책이 알려준 또 하나의 성장 이야기

by 라니코


미뤄진 입학, 마음의 준비는 더뎠다


31개월.

코로나로 미룬 어린이집 입학을 결정했다.

엄마와 함께 교감을 쌓으며

가정보육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아이에게 또래와 함께하는 세상도 필요하다 느꼈다.


행복하기도, 벅차기도 했던 그 시간들.

엄마와 하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아이도 알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몰래 지켜본 3일, 불안했던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입학하고 3일,

어린이집 근처에서 아이를 몰래 지켜봤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 울지는 않을까?’

이 걱정들은

결국 아이를 믿지 못했던 나의 문제였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했지만

코로나를 핑계 삼아 점심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데리러 가곤 했다.


결국, 나의 불안함에

아이와 내가 각자의 시간을 받아들이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아이는 자라났고, 나도 자라기 시작했다.


5세.

보육 중심의 어린이집에서

교육 중심의 유치원으로 옮겼을 때

아이는 놀라울 만큼 잘 적응했다.


관찰력이 좋은 아이는

반 친구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줬고

사회성도 자연스레 확장되어 갔다.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자

나도 조금씩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그림책‘이었다.


그림책, 아이의 책에서 나의 책으로


이전까지 그림책은

아이에게 글을 읽어주는 도구였다.

하지만 우연히 들은 인문학 강좌가

내 시선을 바꿨다.


그림책은 0-100세까지 보는 책이라고 할 만큼

어린이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책 속의 글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림도 하나의 언어였다.

그때부터 나는 글뿐 아니라 그림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림책을 ’ 읽어주는 시간‘이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계속 읽어주기로 했다.


아이는 5세부터 혼자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먹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아이에게 그림책을 계속 읽어주자고.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은 아이에게 맡기고

엄마와 함께 읽는 그림책 시간은 정해두었다.

그 시간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우리 둘의 마음이 오가는

하루 중 가장 깊은 교감의 시간이니까.


아이에게 읽어주며, 나를 만나다.


그림책을 통해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나의 감정, 나의 세계, 나의 성장.


처음엔 아이를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그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림책을 통해 나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아이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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