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읽고, 나로 남기는 독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곧 지혜와 지식으로 이어지는 걸까.
나는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주변에서 “나는 1년에 100권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저 사람은 정말 많이 아는구나’ 하고 여겼다.
그러던 중 독서법 강의를 들으면서
내 생각은 달라졌다.
강사님은 독서의 깊이가
단순한 양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셨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도 ‘손으로 읽는 독서’,
‘초서’를 중시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의 문장을 베껴 쓰고,
그 옆에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책은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강사님은 초서법을 좀 더 실천적으로 알려주셨다.
-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검정 펜으로 쓰기
- 떠오르는 내 생각은 빨간 펜으로 쓰기
- 다시금 가장 중요한 핵심은 파란 펜으로 표시하기
읽는 것만으로는 흘러가 버리기 쉬운 생각들을,
손으로 쓰며 붙잡는 방법이었다.
사실 나는 속독을 선호해 왔다.
책을 빠르게 읽고 나면 순간 뿌듯하지만,
조금만 지나도 남는 게 거의 없었다.
그렇게 읽었다는 기록만 남을 뿐,
나를 채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노트를 꺼내 들었다.
책에서 건진 한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을 통해 떠오른 내 생각을
함께 적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쌓아가다 보면,
비록 많은 권수를 읽지 않더라도
책은 내 안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초서노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책을 내 삶 속으로 천천히 가져오기 위한 작은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