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사랑법
몸이 피곤한 아내가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뭔가 자꾸 먹고 싶어"
남편의 빠른 답장이 도착한다.
"콜?"
남편은 아내가 뭘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바로 움직인다. 남편이 자신의 가족에게 하는 가장 큰 사랑 표현은 먹고 싶다는 걸 먹이는 것, 갖고 싶다는 걸 사주는 것인듯하다. 아내는 가끔 이 남자의 투박한 사랑법을 보며 아빠를 떠올리기도 한다. 아빠가 나를 사랑했던 방식과 너무도 똑같다. 이 남자의 정직한 사랑법도 그의 아빠가 그를 사랑하는 방식을 보고 배웠겠지 추측해 본다.
네 명의 가족이 삼겹살집에 앉아 맛있게 고기를 먹는다. 남편은 아내의 입,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를 맛있게 굽느라 정작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을 잊는다. 아이들이 먼저 젓가락을 내려놓고, 얼마 안 되어 아내도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흡족해하며 배부르다는 듯이 배를 문지르며. 그제야 남편의 입으로 여유롭게 고기가 들어간다.
낮에는 일에 쫓겨 허겁지겁 밥을 먹던 남편이, 저녁에는 처자식 먼저 먹이느라 자신은 뒷전이 되어 느지막이 저녁을 든다. 그의 식사에서 고된 가장의 삶을 어렴풋이 느껴본다.
가족은 삼겹살집에서 나와 슈퍼로 향한다.
아이스크림 코너에 서서 무얼 먹을까 너무도 신중히 고민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내와 남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내가 이걸 먹을 테니 넌 이걸 먹어라', '아빠가 추천한 걸 한 번만 믿고 먹어봐라', '내 거 뺏어 먹지 말아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고른 아이스크림을 계산한다. 서로 아이스크림을 까주고 한입만 달라며 애원하기도 하고, 인심 쓰듯이 한입 베어 물게 해주기도 한다.
"너 오늘 숙제했어?", "오늘 뭐 하고 놀았어?", "내일 뭐 일 있나?"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며 넷은 집으로 향한다.
여름의 끝자락, 아침, 저녁의 습한 기운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별것도 아닌 것에 낄낄 거리며 행복하게 웃던 이 장면을 나는 그대로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가족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주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 그 마음이 고마운 건지 아직 모르는 철부지이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건 뭐든 좋은 아들들, 뭐든 서로에게 말하고 싶어 조잘거리던 우리 넷.
이런 행복의 순간들을 잘 느끼고 간직하고 싶다.
이런 사소한 행복들이 모여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지켜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