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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Mar 29. 2024

나의 열정주머니는 아직도 뛰고 있는가?

안방에서 거실을 지나 건넌방으로 출근

가을의 어느 평범한 평일 오전,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전세 집을 보러 가기로 예약되어 있었다. 오후에는 학원 출근이 예정되어 있어 마음이 바쁘지만, 집 보러 가는 것도 그날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헬스장에 가서 몸을 풀고 근력 운동을 조금 하고 나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부동산에 도착했다. 집 구경을 빠르게 마치고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집을 둘러보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방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와 가깝고 아이들이 많은 단지를 선택했으며,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접근이 편리한 1층을 선호했다. 처음으로 본 집은 단지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로 본 집은 초등학교 정문과 직선거리에 위치하고, 시야가 트여있는 동이라 마음에 들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집이므로 학교와 가까워야 하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단지에서 1층을 찾아보았는데, 이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집으로 결정했다. 



         

이틀 동안 고민한 끝에 계약을 결정했다. 시간이 흘러 11월 27일, 이사하는 날이 왔다. 매우 추운 날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집에서 시작을 하기 위해 이사를 진행했다. 이  집은 가족들의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와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교육 사업을 시작할 공간이기도 했다. 이사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부터 책상을 들이고 의자, 칠판까지 걸었다. 이사를 마치고 다음 날부터 책상과 의자, 칠판까지 준비하여 공부방을 완성했다.          




미리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놓은 덕분에, 친한 친구가 자신의 아이와 친구를 함께 공부방에 보내주었다. 그리하여 건넛방에서 두 명의 학생과 함께 첫 공부방이 시작되었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아니었다. 오랜 계획과 준비, 그리고 아이를 가까이에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중학생이 되는 아이가 집에서 더 편안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재택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공부방을 시작한 아파트 단지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근처이고 지인들이 많기도 해서 학생 모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게다가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며, 주변 상권이 워낙 학원과 교습소등이 많아 공부방 운영이 쉬울 거라 예상했었다.      




이미 나에게는 두 명의 학생이 등록을 마친 상태였고, 단 한 명의 학생이 등록을 한다 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가르치다 보면 주위에서 먼저 알아봐 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듯 한참 동안 원생모집은 가뭄 기를 맞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홍보활동을 했다. 학기 초에는 학교 앞에 아이들을 마중 나온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렸다. 아파트 1층의 베란다에 현수막을 매달았고,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주위의 아이 친구 엄마들과 커피타임을 가지며 소개를 부탁하기도 했다. 원생모집 활동을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해 나갔다.     



 

그 결과 지인들의 소개로 우리 아이친구 동생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감사한 일이다. 공부방 오픈과 동시 2명을 시작으로 3개월이 지나고 13명이 등록하여 빠르게 인원이 늘었다. 5개월이 되니 인원은 27명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이들이 늘어나니 해야 하는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이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매우 바쁘게 지냈다.      




공부방 원생 모집을 위해 정기 홍보활동은 물론 집 앞 베란다 창문에 현수막을 분기별로 바꿔가며 게시했다. 아이들이 많아지니 그만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정성을 들여 학습관리와 학부모님들에게도 사후관리를 놓치지 않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이야기를 즐겨하는 나의 특유의 성향으로 성공적인 공부방 운영을 해내고 있었다. 



     

공부방의 특성상 직장을 다니는 부모님들이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별도의 특강수업을 운영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경우는 방학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과 점심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해 왔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강수업은 불을 쓰지 않는 요리수업, 책 읽고 학교독서록에 독후감 쓰기, 보드게임, 영화 보기 등을 편성하여 오전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하원하였다. 오후 시간은 기존의 공부방 아이들 수업으로 이어졌다. 그중에는 특강수업과 공부방 수업을 병행하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가 되어 공부방을 탈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므로 지루하기도 했을 것이다. 잘 버텨 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오후 수업을 끝내고 나면 나머지 채점을 하고 집안 청소, 내일을 위해 몇 가지 반찬을 만들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은 신선한 채소를 택배로 공수해 주셨고, 여름이면 수박, 참외, 자두까지 보내주셨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특히 위생 부분에 예민하게 신경을 썼다. 식판과 식기류 등은  끓인 물로 매일 소독을 했다.      



8년 공부방을 하는 동안 아무 탈 없이 매우 건강하게 아이들과 지낼 수 있었다. 지금 다시 공부방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처럼 열심히 재미있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공부방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매우 감사를 드린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학원에 보내주시는 부모님이 계신다.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둔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제의 나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의 기준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나 또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방을 시작했다. 얼마 전 읽은 ‘원씽(The One Thing)'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지금 당신의 주머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라. 꿈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 구절은 나에게 큰 의미를 전했다. 공부방을 넘어 학원으로 확장하는 것은 나에게 그 구절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이름을 한번 정도는 빛내고 싶은 마음가짐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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