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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Mar 09. 2024

15 가족 제주 표류기

부모님,  그리고 7남매의 제주여행 3박 4일

새해 첫 시작을 가족과 함께 하게 되었다.  

부모님과 7남매, 그리고 가족으로 하나 된 다른 성씨의 며느리와 사위들, 이번 여행의 비타민 2명의 조카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따뜻함과 가족의 애틋함 그리고 편안함이 묻어나는 제주 표류기가 펼쳐진다.


1월 2일 화요일 오전 9시 20분

광주공항에서는 아빠, 엄마, 둘째 언니, 둘째 형부가 걷기가 불편한 엄마를 도와줄 워커를 싣고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다.

같은 시각, 우리 7남매의 막내는 사랑스러운 비타민 두 아이를 데리고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출발 전 타고 갈 비행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단체 카톡방에 올리며 가족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 7남매가 어느덧 막내를 제외하고 50대를 모두 넘겨 평균 나이 또한 상상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근엄해졌지만 부모님에게 아직 자식들은 초등학생 조카들이 추는 요즘 유행하는 춤을 추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금 뒤 10시 20분 우리 7남매의 첫째 오빠내외, 큰언니, 넷째 언니 부부와 함께 나를 포함하여 6명이 김포공항을 출발하면서 다시 1년 만에 7남매가 모두 합체하게 된다.


15명의 가족 중 지난해 제주도로 보금자리를 옮긴 셋째 언니 부부가 가족 모두를 맞이해 준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제주공항에서 가족들 모두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은 아침 일찍 움직이시느라 힘드셨을 텐데도 자식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이셨다. 렌터카와 셋째 형부의 차에 나눠 탄 후 여행일정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자매국수였다. 대기가 길어져 40분을 기다린 후 먹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가깝기도 했고 우리 여행의 비타민인 조카들이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자매국수는 진한 고기육수에 쫄깃한 면발과 듬성듬성 썬 제주식 수육이 올라간 국수이다. 비빔국수와 수육을 함께 내놓고 있어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한 끼 식사로 나쁘지 않은 가격과 가성비를 느낄 수 있다. 넷째 언니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계산대로 향했고, 15명의 식사비용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다른 형제자매를 대신해 계산할 수 있어 다행스러워했다. 넷째 언니의 아침식사비용 결제는 7남매가 돌아가며 한 턱 쏘기의 시작이 된다. 마음 따뜻한 가족 여행의 진한 고기육수 같은 사랑이 느껴진다.


늦은 아침을 먹고 찾은 곳은 수월봉.

제주도는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수월봉 지질트레일을 찾은 시간은 낮 시간이지만 바람이 상당히 불었다. 걷기가 불편한 부모님은 지질트레일 입구에 잠시 앉아 계시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해안코스를 따라 30여분 트레킹을 즐겼다. 수월봉은 전설과 함께 A, B, C 세 코스로 돌아볼 수 있다. 아이들 어르신과 함께 하기 좋은 코스는 A 코스이다. 해안길은 원만해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고, 화산과 퇴적층을 제대로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온 오빠, 언니, 형부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매우 보기 좋았다. 그중에서도 오빠 부부내외는 인생샷을 찍겠다고 시누이들 틈으로 파고든다. 오빠 보다 얼굴은 작게 날씬하게 찍어달라며 부탁해 오지만 어림없는 헛수고일 뿐이다. 오빠와 올케언니는 이미 대한민국 대표 60대의 후덕한 몸매와 인자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표정을 자아내고 있으니 인생샷은 핸드폰 카메라에 맡겨본다. 



하루 한번 카페 투어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이라면 필수 코스이다. 제주 공항 근처의 앙투아네트 카페는 바다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며 차와 함께 휴식을 즐기기 좋다. 카페와 바다가 이어져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바닷가를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멀리 비행기가 내려오는 모습을 커피 잔과 함께 찍을 수 있는 제주 여행사진 스폿 중의 한 곳이다. 다양한 카페를 다니며 그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부분 7남매의 막내가 메뉴주문과 함께 정산을 맡아서 하지만 앙투아네트에서는 둘째 언니가 결재를 마쳤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한 턱 쏘기의 유행은 매우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여행경비 정산을 맡은 막내의 수고가 조금은 덜어질 듯하다. 


그날 저녁은 중문에 있는 흑돼지와 백돼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큰 돈가를 찾았다. 큰 돈가 중문점은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며, 직원의 재량에 따라 서비스도 제공한다. 폭탄 계란찜은 돼지고기와 함께 즐기기 매우 좋은 구성이다.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어서 신선한 채소와 반찬을 추가로 먹을 수 있다. 우리 자매 중 큰언니는 적당한 팁으로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는 두 명의 직원에게 미리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물어볼 것도 없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맛있는 한 끼를 먹는데 부모님을 비롯 7남매 모두 편안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면 당연 큰 돈가를 추천한다. 저녁식사로 고기 이외에 약간의 음료를 먹었기에 식사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걱정할 건 없었다. 우리의 맏이인 오빠가 투척했기 때문이다. 오빠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고기를 먹은 후 숙소인 블랙스톤 리조트로 향했다.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의 숙소이지만 우리 가족은 지인 소개로 두 채를 예약해 매우 편안하게 묶을 수 있었다. 독채 구조여서 다른 고객과 부딛 힐 일이 전혀 없으며 이틀을 머무는 동안 실제로 어떠한 투숙객도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블랙스톤 리조트의 특화된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좀 아쉽다면 클럽하우스부터는 리조트 내 전용차량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다음날 새벽 6시 골프장 주변을 따라 아침 운동 겸 산책으로  큰언니, 둘째 언니, 넷째 언니와 함께 걸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자매들과 30분을 걸어간 지점에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자고 했다. 잘 가꾸어진 골프장 조경과 함께 제주의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골프장의 시설과 외부 조경시설은 제주를 대표할 정도로 제주스러운 풍경들이 많다. 방해받고 싶지 않은 고요함을 느끼는 여행을 원한다면 블랙스톤 리조트를 추천한다.  


둘째 날은 오전에 약간의 비가 예보되어 있었는데 지역에 따라오지 않는 곳이 있기도 했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을 뒤로하고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한림공원은 자연테마공원으로 온실과 야외로 이어지는 코스가 어르신 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즐기기 매우 좋은 장소이다. 온실에 들어가면 온기가 있어서 온화한 느낌으로 열대기후에 살아가는 식물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야외 코스는 계절에 따라 피는 꽃들이 달라지니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를 참고해 확인하면 된다. 용암 동굴인 협재굴과 쌍용굴이 있어 지루하지 않은 2시간 이상의 여행지로 입장료를 생각한다면 저렴하지 않지만 한림공원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기에 좋은 장소라 할 수 있다. 



점심으로는 고등어 김치찜을 먹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추천할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찾은 한형수정원은 카페와 정원을 2000평 규모로 조성한 곳이다. 커피를 마신 후 정원을 즐기기 위해 돌아보던 중 정원을 가꾸는 카페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둘째 언니가 십여 년 전 방문했던 기억으로 다시 찾은 곳이었다. 동백꽃이 피어있는 정원의 가장자리는 사진을 매우 예쁘게 찍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주살이 중인 셋째 언니 부부가 인생샷을 얻을 수 있었다. 한형수정원 카페에서는 둘째 언니가 계산을 완료했다. 


저녁은 리조트에서 미리 주문한 대방어회를 먹었다. 부모님과 우리 7남매는 회를 참 좋아한다. 대방어 회는 씻은 김장김치와 함께 먹으면 일품인데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셋째 언니는 쌈장과 김장김치를 함께 준비하여 숙소로 가져왔다. 대방어가 워낙 큰 놈이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고 결국 한 팩은 먹지 못하고 약간 얼려서 다음날 소비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추억을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빠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지만 엄마는 끝까지 남아 7남매와 함께 하셨는데,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 좋으신 모양이었다. 7남매 모두 모여 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언제 이 시간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듯했다. 7남매의 직업이 모두 다르고 사는 곳 또한 전국으로 흩어져 시간을 정해 모임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한 해의 마무리는 7남매가 함께 모여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자는 오빠의 의견에 따라 함께해오고 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그 의미가 담긴 시간이기도 했다. 이틀 동안 숙소 비용과 함께 대방어까지 셋째 언니가 준비하고 결재까지 아낌없이 내주었다. 




셋째 날 막냇동생의 아이들인 조카들과 함께 제주안전체험관을 찾아 체험코스와 안전체험을 경험했다. 부모님과 7남매는 막냇동생을 제외하고 4D영화관에서 안전상영영화를 감상했다. 성인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을 느끼기 위해 좋은 시간이었다. 의자도 흔들리고 덜컹거리며 물도 뿜어져 나와서 부모님은 약간 놀라셨다는 후문이다. 사실 무엇을 하든 소중하지 않고 재미없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를 위한 여행 일정인 셈이다. 점심식사는 아이들이 제주도 올 때마다 매번 찾는 용두암 치킨이다.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중문 해변의 비트 있는 음악과 피자, 햄버거를 점심으로 주문했다. 물론 부모님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층 젊어진 느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동백포레스트는 그리 크지 않은 식물원 정원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하고 있어 중문에서 출발하면 이동거리가 상당한 편이다. 때마침 동백꽃이 만발한 시기여서 어느 방향을 배경으로 해도 겨울답지 않은 풍경을 자아냈다. 이곳에서는 15명의 가족 모두가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사진을 남겼다. 의도하여 찍은 사진 이긴 하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재미있는 추억 한 장이 되었다. 나오는 길에 매점에서 십원빵을 몇 개 구입하여 맛을 보며 중문 근처인 셋째 언니네 집으로 왔다. 셋째 언니네 집은 본채와 별채로 나누어진 독립된 2채의 집구조여서 15명의 인원이 머물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그날 저녁은 셋째 언니와 형부가 경매장에서 직접 사 온 갈치로 찜과 구이를 먹었는데 워낙 요리 솜씨가 뛰어난 덕분에 가족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맛과 양은 충분하게 먹고 국물과 감자가 조금 남았는데 다음 날도 서로 먹으려고 했으니 요리 솜씨는 짐작할 만할 것이다. 저녁을 먹고 먼저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큰언니와 넷째 언니 부부는 서울로 향했다. 아쉽지만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사진설명 - 오빠의 제안으로 15명 모두 다른 방향을 쳐다보는 재미있는 사진이다. 가족들의 얼굴 공개는 허락을 받지 못해 아쉽지만 재미있는 표정은 상상하기 나름이다. 


4일 차 아침은 셋째 언니의 자랑할 만한 요리솜씨를 보여준 특제 소스와 다양한 제주의 맛을 담은 식사를 했다. 호텔조식 못지않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여유 있게 제주의 귤밭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식사를 즐겼다.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앞에 있는 귤밭의 귤을 땄다. 수확을 끝낸 이웃이 가족들이 뭍에서 온다고 하니 남겨두고 가족들과 함께 따서 먹으라고 한 것이다. 셋째 언니는 워낙 붙임성이 뛰어난 편이라 얼마 되지 않은 제주 이웃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언니집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카멜리아 힐을 찾았다.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있던 지난여름휴가에도 왔던 곳이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니 둘러보는 산책길이 즐거웠다. 카멜리아 힐을 찾은 몇몇 가족들은 부모님과 우리 가족을 보고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부모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 너무 보기 좋다, 누가 봐도 형제자매처럼 보인다며 각자의 느낌과 소감을 나눠주고 여러 산책길을 함께 걸었다. 겨울에 오면 동백꽃과 갈대숲이 탐스럽고 예쁜 곳이다. 이곳도 역시 온실 정원이 여러 곳에 있어서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하며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언니네 집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위치여서 언제든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여행 일정동안 오빠와 대부분 시간을 많이 보내셨다. 자주 뵙지 못하기도 하지만 오빠는 중학생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계속된 유학생활을 했기에 제주도 여행을 하는 3박 4일은 온전하게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



셋째 언니네 집이 중문에서 가깝기도 하고 늦은 아침식사 덕분에 점심도 늦어졌다. 중문 보말칼국수는 국수와 죽 모두 가정식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와 맛이 있다. 몇 해 전인가 지인 한분이 제주도 가면 절대 보말칼국수는 먹지 말라고 아주 몹쓸 음식쯤으로 알고 있었다. 선입견 때문인지 그 이후로도 제주도를 10번 정도는 다녀 갔을 텐데 보말칼국수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이니 말이다. 보말칼국수를 맛본 나의 감상평은 추위가 막 시작되려고 할 즈음 오동통한 칼국수면과 따뜻한 보말의 어울림이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느낌이라고 전하고 싶다. 처음 먹어 본 음식이기도 했지만 몹쓸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탈탈 털어버리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3박 4일간의 15 가족 제주 표류기는 그 일정의 결승선을 향해 내닫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늦지 않은 시간으로 비행기 예약을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은 여행을 시작하기 전 들뜨고 신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새해를 매우 감격스럽게 맞이하고 안정감을 찾아 올 한 해를 잘 살아내 보자는 굳은 의지와 기쁨 가득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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