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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Jul 09. 2023

K 두 자매의 어설픈 유럽여행기

# 첫 번째 이야기 

해외여행 자유화로 많은 사람들이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다니던 1997년 7월의  휴가 무렵 자연스럽게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약 2주간 일정으로 여행했었다. 그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같은 곳을 다른 구성원들과 다녀왔었다. 오빠와 언니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시절을 보냈던 터라 여러 번 방문하게 되는 행운이 있었다. 



50대가 된 후 나의 호기심과 열정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듯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꼭 해보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독일로 떠난 K. 그녀는 항상 새로운 세계에 대해 공부하고 학습하고 그 나라의 언어까지도...... 준비 없이 떠난 그런 유학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벌써 2학기를 독일에서 보내고 있었다. 최근 오랫동안 살 집을 드디어 구했다고 집 꾸미기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오랫동안 머무를 집을 구하기 전까지 시내에서 차를 타고 2시간이 걸리는 시골마을부터 시내 중심의 호텔등 다양한 독일의 문화를 탐색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독일에 오랫동안 머무를 집을 구했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었을 것이다. 팬데믹 시절 영상통화로 자주 독일의 여러 전경을 보여 주었었다. 그리고 독일에 한번 꼭 놀러 오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다. 한두 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가벼운 인사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일탈을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 저 정말 이번 겨울 방학 때 독일에 가도 돼요?"라고 물으니 흔쾌히 오라고 그동안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그녀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그 시기가 지난해 12월쯤이었다. 나는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다녀와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혼자서 떠나는 유럽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이라면 모두 느끼는 마음 이겠지만 가기 전 설레는 마음은 모든 일상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든다. 늘 하던 일도 더욱 열심히 하며 그냥 지나쳤던 일도 꼼꼼하게 살피고 오히려 그동안 소홀했던 일까지 오지랖을 넓혀가며 저 너머의 일까지 챙기고 삶의 자세를 매우 열정적이게 가져가게 된다. 




목표는 정해졌고 12월의 마지막 날 나의 7남매는 부모님과 함께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을 가졌다. 가족이며 형제자매라는 이름으로 같은 하늘 아래 지내고 있지만 바쁘게 서로의 일상을 살아가게 되니 7남매가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모두 한 목소리로 계기를 마련하자고 하여 모이게 된 것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럽여행을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갑자기 무슨 일이 있느냐, 혼자서 말도 안 된다, 갱년기냐, 말도 안 되니 누구라도 친한 친구와 같이 가지 그러니, 잘했다, 어떻게 시간이 났느냐, 부럽다, 혼자 가느냐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그중 셋째 언니는 긴밀히 나의 옆자리를 파고들며 나도 같이 가면 안 되겠냐며 강하게 의사표현을 해왔다. 아직 숙소나 여정을 확실하게 계획하지 못했고, 독일에 있는 그녀에게도 사정 이야기를 해봐야 하며 나 혼자 결정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가족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여행 일정에 대해 생각해 보니 언니와 동행하면 가족들도 안심하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독일에 있는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나만 괜찮다면 그녀도 괜찮다는 것이다. 한 사람 더 온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니 오히려 두 분이 함께 오면 다른 곳도 더 돌아볼 수 있고 좋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셋째 언니에게 당장 전화를 했다. 역시나 언니는 매우 좋아하고 모든 일정은 나보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뭐든지 OK란다. 여행의 중반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숙소에서 각자 다른 비행 편으로 귀국을 하게 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렇게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K 아줌마 둘의 당당한 여행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역시 여행은 하기로 마음먹은 그 즉시 설렘과 함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이상의 마음을 같게 해 준다. 그렇게 셋째 언니와 나는 15박 16일의 유럽여행을 결정하고 떠나보기로 했다. 



 

유럽여행을 결정하고 보니 준비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오고 가는 비행기표부터 언제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를 돌아볼 것이며, 숙박은 어떻게 해결할지 설레는 마음뒤로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이 살짝 파고들었다. 너무 막막한 나머지 평소 친하게 지내는 나의 각종 문제 해결사인 C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이야기를 하니 주말 저녁 집으로 오라며 여행일정을 도와준다고 한다. 오우 하느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주말 저녁 25층의 전망 좋은 집에서 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까지 먹으며 K 두 자매의 여행일정을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해 주었다. 항공예약, 숙소예약, 여행지에서 어디를 꼭 가봐야 하며, 무엇을 먹어봐야 한다까지 선사시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혁명이라면 나에게는 유럽여행일정 마무리가 혁명이었다. 무엇보다 언니와 나의 어설픈 유럽여행 준비를 가능하게 해 준 C에게 대단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C가 아니었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는 것을, 숲에서 다시님은 탁월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에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줘서 매우 고맙다. 나이 50이 넘은 아줌마 둘이서 변변한 외국어 구사 하나 자유롭지 않으면서 자유여행을 계획한 것 만으로 대단한 용기와 의지가 필요했다. C는 현명하며,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그녀를 만나면 복잡했던 문제들도 엉켰던 실타래를 깔끔하게 풀어내는 마술 같은 힘을 발휘해 주곤 했다. 



지금부터 좌충우돌 유럽여행의 시작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 13년지기 인생은 아름다워 모임의 무사여행을 기원하며 여의도 캔싱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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