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경계

지금,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

by 장이엘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 투성이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타인의 무례함,

통제할 수 없는 공포, 세상의 소음들.

그 무력감의 심연에서 문득 깨닫는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내가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호흡이라는 사실을.

호흡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Breathing is the first act of life,

and the last. Our very life depends on it.”

(호흡은 삶의 첫 행위이자 마지막이다.

우리의 삶은 호흡에 달려 있다.)

-Joseph Pilates


숨은 우리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며

동시에 우리가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통로이다.


심장은 내가 의지로 멈출 수 없다.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장도 마찬가지다. 소화를 멈추거나 시작하는 일은

나의 의지 바깥에 있다.


자율신경계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그렇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동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숨은 다르다.


우리는 숨을 참을 수도 있고,

더 깊게 들이마실 수도 있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내쉴 수도 있다.


몸의 수많은 시스템 중에서 유일하게 의지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

그곳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호흡이다.


그래서 숨은 단순한 생리 작용이 아니다.

숨은 몸과 마음 사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에 가깝다.


우리는 숨을 바꾸는 것만으로 긴장을 낮출 수 있고,

흐트러진 리듬을 다시 정렬할 수 있으며,

결국 지금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상태가 바뀌면 선택이 달라지고,

선택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죽음이란 내가 유일하게 쥐고 있던 숨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이다.


뇌 기능이 마비되고,

눈을 뜰 힘조차 사라지고

말도 하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은 오직 숨을 통해 이어진다.


결국 더 이상 숨을 ‘조절’ 하지 못하면

마지막 날숨을 끝으로 우리는 인생의 막을 내린다.


숨의 컨트롤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개체로서의 주권을 대지에 반납한다는 선언과도 같다.


결국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 ‘숨을 고를 권리’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공포가 앞을 가로막고 세상이 나를 흔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반항은

그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다.


언젠간 기꺼이 반납해야 할

그 단 하나의 주도권을,

지금 당신은 얼마나 온전히 누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