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이름의 동상이몽

딸이 말하는 여행, 내가 꿈꾸던 여행

by 글쑴

“엄마, 우리 여행 갈까?”


딸의 말에 귀가 쫑긋 섰다. 자신의 연차와 휴무를 과감하게 나에게 바치겠다는 말에, 마음은 이미 기차를 타고 있었다.


2년 전 함께 했던 제주도 여행이 생각났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방파제를 다시 보러 갈까. 동해의 깊은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광경이 어느새 제주의 바다를 밀어내고 눈앞에 자리 잡는다.


여행이라는 말에 내 머릿속이 금세 들썩인다.


“엄마 나 할머니 보러 갈래”

“여행 가자며! 그건 여행이 아니잖아 “

“할머니 보러 가는 게 여행이지”


딸은 늘 할머니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할머니바보 손녀다. 나는 순간 잘못을 하고 야단을 맞는 아이처럼 시무룩해졌다. 여행이란 말에 먼저 설레어버린 나 자신이 민망했다.


동상이몽.

‘여행’이란 의미에 나는 제주 바다를, 딸은 할머니를 떠 올렸다.


부산은 여행이 아니라 친정 방문이다, 제주 바다가 나를 부른다며 투덜거렸지만 내 입가는 이미 미소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