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왜 긴장이 될까

by 글쑴

선착순 20명.

나의 손가락은 어느새 ‘수강신청’ 버튼을 힘껏 누르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줄어들고 있을 숫자를 떠올리자 손에 땀이 배었다. 모집이 마감될까 봐 망설일 틈도 없이 일단 등록부터 해버렸다.


도서관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게시물 한 장이 눈에 들어온 건,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도서관 평생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정자체로 또박또박 쓰인 모집 공고는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빼곡한 글자들 사이에서 ‘생활공예반‘이라는 다섯 글자가 유독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쁘게 화면을 두드렸다.


강의계획서에는 작은 소품부터 커다란 테이블까지 생활공예품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냅킨아트로 만드는 수납장, 그림으로 장식하는 예쁜 접시, 꽃 장식이 멋진 테이블…


하지만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나의 미술 실력이나 만들기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학교를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붓을 잡아본 기억조차 희미했다. 연장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작은 상자 하나조차 스스로 완성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등록을 했다.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장하고 굳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과 호기심은 순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첫 수업을 하던 날,

책상 위에는 이름도 생소한 미술 재료와 완성을 기다리는 드라이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보기에도 예술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강사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넓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작업에 대한 설명도 차분하게 이어졌다.


강사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거침없는 움직임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회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놓인 재료들을 하나씩 천천히 훑어보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비닐포장이 바스락거렸다. 그 사이로 작지만 단단한 회원들의 웃음이 오갔다. 그 소리들은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잘하고 싶었다.


“처음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요. 못해도 괜찮아요”


강사가 해준 응원의 말은 잔뜩 얼어 있는 나를 녹여주지 못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연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선을 긋고 지우고 다시 그었다. 지우개도 지친 듯 흔적을 가득 남겼다.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모서리는 계속 눈에 밟혔다. 반듯하게 그리려고 하면 할수록 선들은 삐죽삐죽 튀어나가기만 했다.


나는 괜히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다들 선을 긋고 색을 입히느라 나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나는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까.


그때, 내 안에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옆사람을 봐.”

“잘하고 있잖아.”

“어서 시작해야지.”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붓을 고쳐 잡았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