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사의 단호하면서도 유머 섞인 말투에, 옆에 앉은 짝꿍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참았다.
강사는 강의실을 오가며 시범을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배꼽이 마주 보게 서요.”
“팔은 이렇게 힘없이 늘어트리고,“
“항상 차렷 자세만 하고 있어요.”
“어깨는 구부정하고, 표정은 화난 사람처럼 굳어 있죠.”
“딱 고릴라죠. “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담으로 시끌벅적했다.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는 사람,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 사람,
옆사람을 찌르며 “나도, 나도”를 조용히 외치는 사람.
강사는 어수선한 강의실의 분위기를 다잡고 말을 이어 갔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몸을 45도쯤 비스듬히 틀어야 자연스럽다고 했다. 어깨에 힘을 주고 가슴을 활짝 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죠?”
“어색함은 손끝에서 나와요.”
“가방을 잡던지, 호주머니에 넣던지, 아니면 등 뒤로 숨겨 보세요. 훨씬 자연스러운 포즈가 될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도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망설였던 순간들이 많았다.
브이를 할까,
차렷 자세가 나을까,
팔짱을 껴볼까,
아니면 얌전히 모아 잡을까.
”찰칵. “
늘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모습이었다.
강사는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손을 어디에 두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당당히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포즈를 취해도 쭈뼛쭈뼛거린다면 사진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예쁘지가 않다고 말했다. 생김새가 어떻게 생겼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신비주의’를 핑계로 사진 속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나를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진을 보고 나를 어떻게 볼지가 더 신경 쓰였다.
눈을 감았든, 표정을 찡그렸든, 조금 못나게 나왔든.
문제는 사진이 아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강의는 이론과 실습, 과제로 이루어졌다.
이론 수업은 강사의 설명이 주를 이루었다. 쉬웠다.
문제는 실습이었다. 무대에 나가 포즈를 취해야 했다.
순서가 다가올수록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지경이었다.
‘실습이 있는 강좌인 줄 알았으면 등록하지 않았을 텐데’그런 후회는 이미 늦었다.
벽에 기대어 모델 포즈를 취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