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샤크섬의 일출 photo by 글쑴>
“찰칵”
“찰칵”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 새싹이 돋는 연둣빛의 봄을 담는다.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시원한 여름 바다를 한 보따리 훔쳐온다.
뜨거운 계절을 지나 천천히 타들어 가는 가을 낙엽과 세상을 하얗게 덮는 겨울눈까지, 그 순간들을 갤러리에 하나씩 쌓아간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하늘은 나의 시선을 붙들고 일몰 뒤의 짙은 코발트빛 하늘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길을 걷다가 눈길이 머무는 곳이면 언제든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렇듯 세상의 순간들을 꺼림낌 없이 담아낸다.
그런데 나는 늘 카메라 앞에 서면 얼어버린다.
폰 갤러리의 휴지통에는 눈을 감거나 어색하게 찍힌 사진들이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왜 그런 걸까.
사진을 찍자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이 시작된다.
“브이”
나는 신비주의를 가장한 얼굴 가리기 스킬을 발휘한다.
손가락으로 얼굴 반을 가리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눈만 빼꼼히 내놓는다. 지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하하하”
여러 장의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웃음이 터진다.
몸보다 얼굴이 크게 나온 단체 사진, 신기하게도 한쪽 눈만 감고 있는 사진, 심지어 검은 눈동자는 어디 가고 흰자위만 보이는 괴기스러운 표정의 사진들 때문에 모두들 웃는지 우는지 눈물이 그렁거린다.
나는 어쩌다 엽사에 당첨되면 굳어지는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다. 지인들과 함께 웃고는 있지만 씁쓸한 웃음이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엽기 사진은 속상함을 넘어 우울 그 자체다.
“뭐 어때. 이런 사진이 더 재미있지”
그 시절 나는 ‘이런 사진’이 재미있다고 느끼기에는 마음이 그리 단단하지 못했다.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마치 나의 치부라도 되는 듯 편하지 않았다. 어쩜 그 순간, 나는 자존심이 무너진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폰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일에는 익숙해 있지만, 정작 사각의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꺼려진다. 사진을 찍기 싫어서가 아니라, 렌즈를 마주하는 순간 몸이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진 앞에서 굳어지는 나는 카메라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사진을 자연스럽고 예쁘게 잘 찍는 방법이라는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카메라 앞의 불안에서 벗어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