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1
게임 이름은 카0라이더
50대 우리 엄마.
몇 년 전까지는 TV 드라마나 영화. 요즘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동년배의 여사님들과 비슷한 생활 패턴의 소유자셨다.
게임? 손도 안 댄다. 요즘 많이들 하신다는 모바일 고스톱도 하지 않는다.
"그런 걸 왜 하니? 재미없어 보이던데."
엄마는 딸들이 게임을 하는 걸 말린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하고 싶다며 나선 적도 없었다. 엄마와 게임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고 모서리를 엄지로 꾹꾹 누르기도 하면서 무언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뭐하는데 저러는 거지. 나는 슬쩍 스마트폰의 화면을 훔쳐보았다. 그런데 왠 걸.
"뭐야, 엄마 카트 하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그것도 레이싱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까.
*
반년 전, 언니와 나는 엄마의 스마트폰에 N사의 유명 레이싱 게임을 깔았다.
당시 우리는 그 게임에 빠져 살았고, 스마트폰으로 하는 거니 접근성도 좋겠다 엄마에게도 같이 해보자고 권하며 엄마의 아이디를 만들었다. 엄마는 우리의 등쌀에 못 이겨 화면을 몇 번 터치했지만, 얼마 안가 하기 싫다며 게임을 꺼버렸다.
좀 그런가? 엄마한테는 재미없겠지. 좀 어렵기도 하고. 나중에 부루마블 같은 걸 찾아서 같이 해봐야지. 낯선 반응도 아니었던지라 우리도 순순히 물러났다.
얼마 안가 우리도 게임에 싫증이 났고, 올해 들어 새로 사게 된 핸드폰에 깔지 않게 되면서 게임과 나는 완전히 멀어졌다.
그런데 엄마는 아직 게임을 지우지 않고 있던 모양이다.
엄마는 아주 예전에 만들었던 아이디, 우리와 짝지어 만든 닉네임의 캐릭터로 카트를 했다. 엄마가 게임을 해?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에 흥미진진해진 나는 옆에 앉아 엄마가 하는 걸 지켜봤다.
직진.
직진.
무조건 직진!
"또 부딪혔다."
"거기선 이렇게 꺾어야 돼. 드리프트를 해야 한다니까?"
예상대로, 엄마는 게임을 잘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언니와 나는 훈수랍시고 옆에 붙어 떠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몇 개월 더 먼저 시작한 거 가지고 유세를 떠는 모습이라니.
어떻게 보면 비웃는 것과 결이 같았던 우리의 반응에도, 엄마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끄러워. 나는 완주가 목표야."
뭐야. 좀 멋진데. 항상 멋있는 엄마지만, 그날 따라 더 멋있어 보였다. 물론 엄마의 루돌프 카트(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으로 주는 카트)는 계속 벽에 박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도 같이 하자." "나 지웠는데. 좀 기다려 봐."
이 날 이후, 엄마와 딸들의 불꽃같은 카트 레이싱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