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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Jul 07. 2021

엄마가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5 (완)

오늘도 엄마는 달린다

[”카트 20”]


요즘 엄마한테 가장 많이 받는 카카오톡 메시지. 자기 전에 게임을 20분만 하자는 소리다. 저 20분이 지켜지는 일은 별로 없고, 보통 한 시간은 한다. 모든 일이 다 끝나는 저녁 11시부터 짧으면 12시, 길면 새벽 한 시까지도 한다.


엄마의 레벨은 60이 되었다.


현재 게임의 최종 레벨은 108. 고작 몇 주 만에 반을 넘게 채운 것이다.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에 소개해 준 게임이긴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조만간 내 레벨도 넘겠다.”

“별 단다 별.”


처음에는 장난식으로 했던 말이지만, 어제오늘 현실이 되었다. 하다 말다 하는 나와 달리 시간 있을 때마다 틈틈이 게임을 한 엄마는 레벨 60부터 달 수 있는 별을 달았다. 오늘 또 보니 별이 하나 더 늘었다. 레벨 61. 정말 대단하다.


별 두 개인 방장 엄마


“어휴, 실력이 왜 이렇게 안 느는지 몰라.”


언제는 완주가 목표라면서 이제는 6, 5위 아래가 되면 답답해하기도 한다. 하다 보니 순위에 욕심이 생긴 듯했다. “웃긴다. 언제는 도착만 하면 된다며?” 내가 놀리듯이 말했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게임만 하더니, 이제는 돈을 모아서 코스튬까지 맞춘다. 상점에 가서 새 카트도 사고 모자나 옷을 골라 캐릭터한테 입힌다. 분위기나 색깔을 맞추는 것에서 지난 수년간 옷에 관심 없는 딸(필자)의 옷을 맞춰주었던 내공이 느껴졌다.


“엄마.”

“왜.”

“게임 재밌어?”

“재미없으면 하겠냐.”

“으흥.”


내가 어렸던 시절. 엄마에게는 많은 ‘취미’가 있었다.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고, 월드컵도 챙겨 보고, 작은 물건을 모으기도 했던 엄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취미는 전부 사라져 갔다. 아마 내 기억에도 남아있고, 엄마의 마음에는 더 깊게 남아있을 세월의 풍파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모두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겠지.     


“지금도 해? 나도 들어갈까.”

“빨리 들어와.”


힘들었던 세월을 디디고 일어나 새롭고도 독특한 취미를 찾은 엄마. 딸로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기특하기도 하다. 엄마 연세에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어디 쉽나? 결코 쉽지 않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요즘 들어 다시금 느끼게 된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폰이 너무 후져서 연결이 자꾸 끊겨. 신경질 나서 정말. 폰을 바꿔야겠어.”

“앜ㅋㅋㅋㅋㅋㅋ”


몇 년은 더 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더니, 게임이 잘 안 된다는 이유 하나로 가차 없이 폰을 바꾸겠다고 하는 엄마 덕분에 신나게 웃기도 하는 요즘. 이렇게 웃음을 준 게임과 즐겁게 플레이해주는 엄마에게 감사하며, 엄마의 모바일 게임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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