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라면 이런 막연한 질문이 한 번쯤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은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공학적 데이터 응용 원리를 UX 디자인에 적용한다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약 90% 이상의 사용자를 말이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공학적 데이터 응용 원리를 제품이나 서비스의 UX 디자인에 적용한다면, 더 많은 사용자에게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UX 용어로 풀어서 말한다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UX 디자인 방법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디폴트(Default) UI를 정의하되, 옵션으로 조절식(Adjustable) UX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공학적 데이터 응용 원리를 활용한, 스마트폰 터치 키보드의 UX 디자인 사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공학적 데이터 응용 원리
사용자의 다양한 특성을 배려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공학(Ergonomics)이라는 학문에서 인체측정치의 응용 원리를 활용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사용자의 키나 손 크기와 같은 인체 치수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합니다. 이때 키나 손 크기와 같은 인체 사이즈는 아래의 그림과 같은 종 모양의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따르게 되는데요. 그래프 중앙은 평균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가 분포하게 됩니다. 그 중앙으로부터 멀어지면 평균 사이즈 보다 크거나 작은 사용자들이 분포하며, 상대적으로 평균보다 사용자의 수는 적게 분포하게 됩니다.
정규분포
이러한 사용자의 다양한 인체 치수를 배려하기 위해, 인체측정치의 응용 원리를 활용하게 되는데요. 인체측정치의 응용 원리는 아래 다이어그램과 같이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요, 조절식 디자인, 극단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입니다.
인체측정치의 응용 원리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원리는 조절식 디자인입니다. 조절식 디자인은 사용자의 신체 특성에 맞게 UI를 조절 가능(adjustable)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인데요, 대표적인 예로 높이가 조절 가능한 의자를 들 수 있습니다. 조절식 서례는 통상적으로 하위 5%tile에서 95%tile까지의 범위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백분위수(%tile) 개념이 이용되는데, 만약 5%tile이라면 100명 중 하위 5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를 의미합니다. 하위 5%tile에서 95%tile까지의 범위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즉 사용자의 90% 이상이 만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100%의 모든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게 디자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디자인 비용을 감안한 통상적인 수치입니다.
만약 조절식 디자인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적으로 극단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극단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은 2가지 기준에 따라 나뉘게 되는데요. 최대치 기준과 최소치 기준입니다. 어떤 기준을 활용하여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사용 맥락 상 사용자에게 여유 공간(Clearance)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접근(Reach)이 필요한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최대치 디자인은 문이나 통로와 같은 여유 공간을 정의할 때 적용되는데요. 주로 남성의 상위 95%tile 값을 기준으로 디자인하게 되는데, 이는 큰 남성이 통과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 수 때문입니다. 반면에 최소치 디자인은 엘리베이터 버튼의 위치나 운전대까지의 거리 등과 같이 접근을 디자인할 때 적용됩니다. 대개 여성의 하위 5%tile 값을 기준으로 디자인하며, 이는 작은 여성이 접근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극단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을 적용하기에 부적절할 경우에는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 디자인을 활용하는데요. 이는 정규분포에 따르면 평균 주위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키오스크의 높이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아주 키가 크거나 또는 아주 작은 사람을 기준으로 디자인하는 것보다 평균 키를 기준으로 디자인해야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터치 키보드 UX 디자인 사례
스마트폰에서 터치 키보드의 사용성은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고, 이제는 통화보다도 터치 키보드를 이용한 문자 입력이 기본이 되는 SNS나 메신저를 통해 더 많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터치 키보드를 이용한 문자를 입력하다 보면 잦은 오타 발생으로 인해 짜증을 유발하거나 심지어 곤란한 상황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스마트폰이라는 제약적인 작은 화면 크기에 의한 태생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가장 많이 쓰는 키보드 레이아웃 중 하나인 쿼티(QWERTY) 키보드는 작은 화면에 많은 수의 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타 최소화와 같은 사용성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키보드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키 크기와 간격을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지만, 스마트폰의 쿼티 키보드와 같이 작은 키보드 영역 내 다수의 키가 제공되어야 하는 디자인적 제약 사항 하에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키보드의 키 크기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마트폰이 너무 커진다면 이로 인해 휴대성이나 그립감 저하와 같은 다른 사용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스마트폰 제조사 또는 키보드 앱 서비스 제공자의 불특정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디자인 기준으로 인한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사용자의 인체 사이즈는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들의 손 사이즈에는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터치 키보드 사이즈가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손이나 엄지와 같은 손가락의 인체 사이즈는 정규분포를 따르며, 사용자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에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체측정치의 응용 원리를 적용해 본다면, 노트북의 물리 키보드와는 달리 스마트폰의 터치 키보드는 소프트웨어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인데요. 그러므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절식 디자인 원리를 적용하여, 아래 그림과 같이 키보드 높이 조절 UX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G3 스마트 키보드스마트폰 터치 키보드 높이 조절 UX (출처. LG전자)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절식 디자인 원리를 적용해 사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텐데요. 스마트폰 터치 키보드 높이 조절 UX의 사용성 검증 연구(한승숙 외, 2014) 결과에 따르면, 키보드 높이 조절 UX가 제공된 키보드가 높이가 고정된 키보드 대비 오타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분당 타수도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더 많은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 방법이 오타나 수행 시간의 감소와 같은 가시적인 사용성 향상에도 효과적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키보드 높이 조절 UX가 적용되더라도, 사용자 조사를 통해 가장 선호하는 키보드 크기를 파악하여 디폴트 UI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에게 키보드 높이 조절 UX의 사용을 유도하는 Initial Guide를 제공하는 것과 같이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키보드 높이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용자에게는 가장 평균적인 키보드 높이를 제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많은 수의 사용자가 디폴트 UI를 바꾸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행동경제학에서는 사용자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려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현상유지 경향은 사람들은 바꾸려는 하는 행동이 현재보다 특별하게 이득이 된다고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현 상태를 그래도 유지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디폴트 UI를 사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의 값으로 설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UX 디자인하기
스마트 키보드의 UX 디자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 것과 같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UX 디자인 방법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디폴트 UI를 정의하되, 옵션으로 조절식(Adjustable) UX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단순히 인체 측정치와 같은 신체적 특성 측면에서의 UX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인지적 특성이나 감성적 특성이 중요한 UX에도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이 시각적 능력과 관련된 화면의 텍스트의 크기나 굵기에 대한 UX 디자인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경화면과 같은 홈 UX에도 설정을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좌: 글자 크기 및 굵기 조절 화면, 우: 배경화면 설정 화면
이런 개념은 이미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UX에 이미 적용되고 있고, UX 실무자들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부분일 텐데요. 그렇지만 이러한 인간공학적 데이터 응용 원리의 핵심은 단순히 디자이너의 직관이나 어림짐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용자의 신체적이거나 인지적 특성에 대한 데이터이든, 혹은 감성적 선호도에 대한 것이든 사용자의 데이터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파악하여 적합도 높은 UX를 디자인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