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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의택 Sep 10. 2023

즐거움을 주는 3가지 감성 디자인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를 즐겁게 만들까요?

고객들은 어떤 목적으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걸까요? 당연히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용적(Utilitarian)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고객의 행동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텐데요. 제품과 서비스에서의 효용은 실용적 가치 만큼이나 쾌락적(Hedonic) 가치도 중요합니다. 이제는 성능과 기능성이 당연시 되는 것과 같이 고객의 니즈는 진화하였는데요. 이에 따라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 디자인은 브랜드의 차별화된 경쟁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매력적인 디자인을 지닌 스마트폰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비스에서 재미 요소의 제공은 사용자의 즐거움과 흥미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영역에서 대면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유머러스하고 친절한 AI 에이전트와의 대화는 순간의 재미를 주는 킬링 타임이 될 뿐만 아니라, 가끔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의 감성 시스템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사용자가 어떤 특성을 지닌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성과 정서


감성(Affect)은 외부 자극에 의해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흔히 느낌이나 마음이라고도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감성 시스템은 이성 시스템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성 시스템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반면, 감성 시스템은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특성을 지닙니다. 감성에는 대표적으로 인상(Impression)이나 정서(Emotion)라는 개념도 포함되는데요. 인상(impression)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각함에 따라 처음으로 마음에 나타나는 감성인 것에 반해, 정서(emotion)는 비교적 단시간 동안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성입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처음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인상이고, 아름다운 스마트폰을 보고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이는 정서입니다.


사용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정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정서는 얼마나 긍정적인지에 대한 유쾌함(Pleasant)과 그 정서가 얼마나 강렬 한지에 따라 각성(arousal)으로 구분해 다양한 정서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긍정적인 정서로 기쁨과 흥분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아름다운 디자인,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사운드 효과, 흥미롭고 신선한 콘텐츠는 사용자에게 기쁨을 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흥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정서로 슬픔과 분노를 들 수 있는데요. 사용이 어려워 정보를 찾기 어렵거나 기능 실행을 못했을 때, 실수로 인한 데이터를 날렸을 때 사용자는 슬픔과 좌절을 느낄 뿐만 아니라 분노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결국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정서를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서의 분류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 디자인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적 디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도널드 노만(Donald Norman)의 저서 이모셔널 디자인(Emotional design)에 따르면 감성적 디자인은 감성 시스템이 작동하는 수준에 따라 본능적 디자인, 행동적 디자인, 그리고 반성적 디자인으로 구분하였습니다. 본능적 디자인(Visceral design)은 원초적이고 본능적 단계에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제품의 겉모습이나 촉감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연관됩니다. 대표적으로 심미적인 디자인을 지닌 제품을 들 수 있습니다. 행동적 디자인(Behavioral design)은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사고하여 반응하는 것으로, 제품을 이용해 어떤 과업을 잘 수행했을 때 성취감을 동반한 즐거움과 연관됩니다. 주로 기능이나 성능, 그리고 사용성과 연관됩니다. 반성적 디자인(Reflective design)은 높은 수준의 의식적 사고 과정에서 작동하며, 제품의 가치를 고차원적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소유한 제품이 나의 이미지나 자긍심을 긍정적으로 표현했을 때 사용자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렇듯 사용자는 감성 시스템이 작동하는 다양한 범위에 따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사용자가 즐거움을 느끼는 제품과 서비스의 4가지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적 인상(Aesthetic impression)

본능적 단계에서는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로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예쁜 제품과 서비스에서 느껴지는 심미성은 사용자의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첫 느낌이 형성되는 시점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러한 예쁜 디자인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아이폰을 들 수 있는데요. 아래 그림과 같이 아이폰은 매력적인 제품 외형 디자인과 함께 화면의 GUI 디자인으로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카메라 노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와 같은 자연스럽고 유쾌한 화면 전화 효과는 사용자에게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이폰 14 디자인과 인터랙션 효과(Dynamic island)


이러한 심미적인 디자인은 더 나아가 반성적 디자인 레벨에서도 작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개인형 제품을 통해 사용자는 자기와 일체화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심미적인 제품의 소유를 통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자기 표현일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부러움과 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미적 가치의 소유와 갈망이 충족되었을 때 사용자는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2. 사용성과 심미성

행동적 단계에서의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로 사용자가 목표로 하는 과업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용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대하는 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작동시킬 수 있다면 그 사용 과정에서 긍정적인 감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 텐데요. 반면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성이 떨어져 사용 과정에서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사용자의 효능감을 떨어트려 결국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용성은 심미성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때 아래 다이어그램과 같이 감성 시스템은 인지 시스템과 별도로 동작하지 않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며 동작하게 됩니다. 이때 감성 시스템은 직관적이고 경험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인지 시스템은 분석적이며 합리성에 따라 느린 반응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 두 시스템은 서로 상호작용에 따라 감성반응과 인지반응을 보이게 되는데요. 이러한 심리적 매커니즘에 따라 다양한 연구 결과(Tractinsky et al., 2000; Hassenzahl, 2004; Hartmann et al., 2007)에 따르면, 동일한 UI를 지니더라도 GUI의 심미성이 높다고 인식되면 사용성도 더 높게 인식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심미성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는 사용도 편리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본능적 단계에서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킨 제품과 서비스는 행동적 단계에서도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데 작용합니다.

감성과 인지의 상호작용 (Helander and Kjalid, 2006)


3.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행동적 단계에서의 또 다른 디자인 특성으로 게이피케이션을 들 수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의 원리를 일반적인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으로, 성취감이나 재미와 같은 동기 부여를 통해 사용자가 더욱 서비스에 몰입하도록 하는 기법인데요.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서비스에 더 자주 방문할 뿐만 아니라 더 오랜 시간 동안 머물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도전과 성취 그리고 보상 체계를 통해 사용자의 즐거움을 이끌어 내는데요. 예를 들면 사용자에게 미션을 주어 사용 동기를 부여하고, 미션을 완료하면 스티커나 배지, 포인트를 제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용자 간의 순위를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을 유발하여 자발적 참여와 흥미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래 그림의 건강 관련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간의 실제 걸음 수를 비교해 볼 수 있어 친구들간의 경쟁을 유발하거나 친구를 초청해 함께 미션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경쟁과 성취와 같은 재미와 보상 체계를 통해 힘든 운동을 즐거운 경험으로 전환시켜주기도 합니다.

삼성 헬스 앱의 투게더 기능 (출처: news.samsung.com)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서비스 디자인하기


이번 글에서는 인간의 감성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감성 시스템이 작동하는 수준에 따라 사용자를 즐겁게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대표적인 3가지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대표적인 특성들이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 디자인을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본능적 레벨에서의 시각적 디자인 요소뿐만 아니라 청각적이거나 촉각적인 요소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리듬이나 멜로디를 지닌 사운드 효과를 제공한다거나, 휠(Wheel)을 돌리는 것과 같이 물리적 조작을 통해서도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용자와 대화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사람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어조와 같은 다양한 의인화된 방식을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단순히 킬링 타임을 위한 것에서 더 나아가, 아래 그림과 같이 일부 사용자들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처럼 친구와 같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은 사회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AI 스피커와 대화하는 아이 (이미지 출처: aboutamazon.co.uk)


감성적 디자인은 제품의 미적 가치를 더해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거나, 서비스에 더 자주 방문하거나 더 오래 체류하게 하는 사업적 성공으로 직결될 수 있는 브랜드의 차별화 요소이자 중요한 경험 요소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요. 왜냐하면 감성 시스템은 인지적 특성이나 신체적 특성과 같이 공학적인 접근을 통해 짜여진 공식을 발견하고 이를 디자인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적 인상은 본능적인 차원에서 도출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도 존재하지만, 개인 및 문화적 차이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유행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속성도 지닙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나 기획자는 사용자의 감성 시스템에 면밀하게 이해하고, 창의적이고 신선한 접근과 시도들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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