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데?
소개팅앱을 이용하다 보면 ‘자기 관리’라는 말을 참 자주 볼 수 있다.
“저는 ‘자기 관리’를 잘해요.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며 체지방을 9% 아래로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살이 급격히 찐 이후로, 이런 글들을 볼때마다 주눅이 들곤했다. 그리고 몸매 관리는 커녕, 세수도 잘안하고, 씻지도 않고, 청소도 안하는 내 자신이 걱정스러웠다.
살이 찐 내 모습이 속상하고, 창피한 건 맞지만 내 자신이 지기관리를 ‘못’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안’ 하는
거리고 생각했다. 한번 꽂히면 강박적으로, 냅다 들이파는 성격인데 이렇게 안 씻고, 안 꾸미고, 안 치우는 건 내가 그게 편하고, 딱히 변화의 필요를 못 느껴서라는 걸 알았다.
다만, 몇몇 상담사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이런 내 모습들은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서글펐다. 나는 왜 나를 아끼지 못할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헷갈렸다. 나는 내가 안 씻는 게 더 편하니 그렇게 하도록 스스로를 놔두었고, 살이 좀 찌더라도 맛있는 거, 내가 좋이하는 걸 먹고, 돈 버느라 수고했으니 갖고 싶은 것도 좀 사게 두었는데, 이게 내가 나를 정말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던걸까?
이렇게 계속 사는 게 옳다, 좋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이런 류의 행동들을 스스로 아끼지 못하는 마음과 연결짓는 게 정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난 워낙 건조한 편이라 머리를 안 감아도 떡 지지가 않고, 피부도 좋아 피부때문에 병원을 가본 일도 없다. 그래서 필요를 못 느꼈다.
‘자기 관리’ = ‘스스로 아끼는 습관‘
이렇게들 많이 말하곤 하지만, 난 생각이 좀 다르다.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자기 관리를 위해 매일 운동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강박이 아닌가? 쉬지 않고 노력해야만 마음 편히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건 스스로를 아끼는 걸까?
특히나 소개팅 어플에서 말하는 자기 관리는 보통 외모, 그중에서도 몸매 관리를 얘기하는 것 같다. 살찐 사람 싫고, 몸매 좋은 사람이 좋다고 대놓고 말하긴 뭣하니 그런 몸매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관리라는 말이 난 아직도 싫다. 일빈적인 기준에 따르면 나도 자기 관리 점수는 정말 빵점 수준이어서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자기 관리라는 말이 때로는 사회의 기준, 남들의 시선에서 나를 비추어보았을 때, 뒤쳐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manage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한 자기 관리가 마치 정말 스스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하는 방법인냥 권고되는 것은 꺼려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수많은 양극단의 가치들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고 있다. 이 갈등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이 ‘자기 관리’에 실패하고, 뒤쳐져 잘나가지 못하는 루저의 찌질한 자기합리화라는 느낌이 완벽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남들 눈에 보기 좋아 보이려 아등바든 살지는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