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
이직의 기회가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날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를 하기도, 하지 않기도 힘들다.
‘준비가 다 되면, 연락을 달라’는 나를 추천해주시려 하는 선배의 말씀에, 나는 아득해졌다. 내가 준비가 다 되는 날이 오기는 올까?
며칠전 잠이 안 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영상 클립을 몇개 보았다. 웃기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의 사연에 조금씩은 공감이 가고, 이입이 되었다. 그 중에 한 아이는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였다. 이 아이는 영재인데, 수행 평가 기간이나 시험 기간에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시험 중에는 공황 같은 증상도 보였다.
오은영 선생님은 이걸 ‘수행 불안’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를 보자 수많은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아무리 열심히, 완벽히 준비를 해가도 어김없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망쳐버린 중간 고사, 기말 고사. 그리고 수능.
재수, 삼수하는 동안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통틀어 틀린 갯수가 다섯개가 넘지 않는 점수들을 받아도 수능만 보면 머리가 하얘져서 납득 되지 않는 점수를 받았던 날들.
떄로는 시험 직전에 배가 아픈 정도가 아니라, 토를 하기도 했다.
5-6년 전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망친 날도 비슷했다. 한없이 스스로는 초라해 보이고, 면접 내내 너무나 힘들었다.
어쩌면 이런 나고 수행 불안이란 걸 겪었던 거였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나는 뭘 해도 비슷한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그런데 이런 내가,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할 때에 내 손으로 면접 날짜를 받아 온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다.
미친 듯이 준비해도, 당일에 가면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벌써부터 이런 마음이 드는데, 이대로는 면접을 잘 준비할 수도, 준비한 걸 잘 보여줄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의 세달만에 상담을 다시 받기로 했다. 이건 약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마음을 다시 고쳐 먹고, 불안을 부르는 내 생각의 습관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