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지능력 백분위 10%

내가 바보라니

by 정좋아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회의에서는 집중력이 딸리고, 내 업무가 아닌 업무 전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정말 바보가 된 것 같았다.


ADHD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ADHD 약을 먹어도 효과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전 정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집 근처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뇌파 검사를 했다.


최근에 받은 MMPI 결과도 함께 봐주시며, 나에 대해 새로이 발견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충격적인 것 하나는 나의 인지능력에 대한 갓이었다.


백분위 10%. 처참하리 만큼 낮았다.


늘 그랬던 건 아니긴한데, 요즘엔 사실 단기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긴했다. 했던 말 기억 못하고. 영양제 먹었는지 기억 못하고, 나가기 직던 지갑을 가방에 챙겨 두고선 지갑 챙긴 줄 모르고 지갑을 찾아 헤메고, 회사에서눈 5분 전에 내가 한 일도 왜, 어떻게 한 거냐 했을 때 내가 그걸 했단 것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늘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에 심해졌다고 느끼긴 했다.


어릴 때부터 똘똘하던 소리를 여기 저기서 듣고 다녔고, 공부도 곧잘했고, 한번에 가진 못했지만 대학도 SKY를 나왔는데 인지능력이 하위 10%라니.


놀랍고 우울하다.


이직 준비하려고 공부를 하려 최근에 노력했는데 공부가 잘되지 않았다.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이해가 안되어서 의욕을 상실해 공부를 멈추곤 했다. 최근엔 책을 펴지도 않는다.


몇주 전 공황이 온 후, 이직 지원을 5월에서 9월로 미뤘는데 지금 보니 잘한 일 같다. 지금 상태로는 면접 때 문제를 읽어줘도 문제를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아 겁이났다. 인적성 시험도 영어로 풀고, 숫자 계상하고, 도표룰 해석해야 하는데 그건 정말 자신이 없다.


시간이 지나고, 정신 건강이 회복이 되면, 달라지기는 할까? 난 얼마나 오래 저렇게 바보처럼 살았을까?


내 기억에 관련된 수치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유사헌 값이 나왔다.


그래도 머리는 좋고, 마음 먹으면 독헌 사람이라 도전이라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린 시절과, 일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