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배탈이 자주 난다는 건
먹어선 안 되는 것을 삼켰거나
삼킨 것을 채 소화시키지 못했다는 거겠지
식탐이 많은 것도 아닌데
예민한 속은 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 정해져 있는지
자꾸만 탈이나 속을 뒤집고 배배 꼬아댄다
울컥울컥 못다 소화시킨 삶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속사정
네 속 앓는 사정, 아픈 사연
나라도 알아주느라
문질문질 살살 달래는 손길은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아끼고 아낀다
어여쁘다 사랑스럽다
어르고 달래니
배배 꼬였던 속도
부글부글 대던 소란도
잠잠해지면
휴 한숨 돌린다
그런다고 끝나는 게.
해결된 게 아닌 걸 알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본다
결국 감당하지 못한 것들은
버려지던지, 비워지든지 할 것을 아니까
그게 이치라는 걸 알기에
안심이 해결은 아님을 이미 깨달았으니
허튼 안도는 하지 않는다
잠시 숨 돌린 것에 만족할 뿐
유독 배탈이 잦은 나는 조금만 색다른 걸 먹어도 탈이 나고 만다.
어쩌면 예민은 나의 색깔일지도 모르겠다!
그 예민이 부담스럽고, 불편할 때도 있다.
알고 싶지 않은 걸 알게 되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될 때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저절로 알게 될 때,
기쁨보다는 슬픔이, 아픔이 더 짙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이 예민을 사랑하려 한다.
살갗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때로 너무 아플 때도 있지만,
산뜻한 봄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할 때,
더운 날 시원한 바람이 나를 유쾌하게 할 때.
가을날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계절을 알릴 때,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정신을 차리게 할 때!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기에!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이 예민을 잘 보듬으며 살아내고자 한다!
오늘의 바람은 습기를 품고, 피부에 따끔따끔 말을 건다.
곧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을 준비하라고!!!